당신의 허리는 안녕하십니까

허리가 아파서 한의원에 찾아간 노총각 이야기

by 이춘노

"주사님. 물건 들어왔는데 좀 도와주실래요?"


평소 같았으면 바로 나갔을 나인데, 머뭇거리면서 한마디 한다.


"내가 허리가 아파서..."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이 심장에 말뚝을 박았다.


"총각 아니에요?"


맞다. 난 총각인데, 허리가 아프다. 부끄럽지만, 주말 내내 끙끙거리다가 어렵게 출근했다가 다음날 병가를 내고는 링거를 맞고, 한의원에 갔다. 총각은 맞는데...


"노총각이라서 그런가 봐요."

총각은 맞는데, 어느 면에서는 난 'NO총각'이었다.


노총각의 한주는 지옥이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서있기도 불편하고, 걸음걸이도 좀 엉성하다. 물론 찌릿한 왼쪽 다리. 특히나 엉덩이에서 허벅지 사이로 흐르는 뻐근함이 불편했다. 부모님을 따라다니면서 정형외과. 특히나 허리 전문병원에 쫓아다녀서 안다. 아마 디스크 문제가 있을 것이다. 평소에 허리 운동이 좀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피곤해서 누워만 있던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에 두통과 근육통은 링거로 대체하긴 했지만, 허리는 역시 치료가 필요했다. 바로 동기 단톡방에 한의원 용한 곳을 수소문했다. 그렇게 공설시장에 한 한의원을 찾아갔다. 분명 처음 간 곳이라서 진료를 받고는 누워서 침을 맞는데, 원장님이 한마디 하신다.


"2007년도에 한 번 오셨었네요."

"네? 여긴 처음 같은데.."

"소화가 안돼서 치료를 받으신 기록이 있네요."


다시금 추억을 떠올려보니, 학생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권위 있어 보이는 한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은 기억이 났다. 한의원 이름을 곱씹어보았다. 맞다. 위치도 이름도 떠올랐다. 게다가 난 그 한의원에 입사를 하고 청사초롱을 달려고 방문도 했었다. 내가 2년 넘게 근무하던 주민센터의 한의원이었다.

지금은 그 자리가 카페가 되었지만, 침을 놓는 원장님은 그대로셨다. 찌릿한 침과 부황. 그리고 뜨끈한 파스에 찜질을 하고는 쩌벅쩌벅 차를 주차한 곳까지 걸었다. 유리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니, 흡사 노인의 걸음걸이다. 마음대로 안 되는 자세에 불편한 것과 다른 서러움 같은 것이 몰려왔다.


'그래도 아직은 총각인데'


총각인데, 노총각인 나는 당분간 허리를 중하게 쓰고, 치료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질문한다.


"당신의 허리는 안녕하십니까?"

공설 시장 앞 제중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