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도착 첫날-1
전체 일정 중 숙소 예약을 한 곳은 첫 도착지인 바르셀로나 2박이었다. 숙소 예약을 하면서 까다롭게 보는 조건은 딱 하나다. 중심지에 있을 것. 나머지는 모두 볼불복이라고 생각한다. 기대치 없이 갔던 곳에서 기대 이상의 것들을 받으면 좋고 , 아니면 말고. 그러나 기대 없이 갔다가 의외로 좋은 경험을 한 적 있지 않나? 내 유럽에서의 첫 숙박지였던 이곳이 딱 그런 곳이었다.
내가 예약한 숙소는 바르셀로나 중심지에 있다. 직접 와서 보고 위치와 넓은 리빙룸, 친절한 스텝들과 깨끗한 청소 상태를 보고 더 만족스럽다. 사실 이런 벙커형 숙소는 나도 처음이다. 벙커형 숙소란 다인실이 이용하는 도미토리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형태다. 방이라기보다는 딱 배드 하나의 공간이 주어진다. 잠만 자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맞다. 이곳은 침대 위에 작은 선반도 하나 있고 베드 아래에는 넓은 서랍이 짐칸으로 주어졌다. 배낭이 들어가고도 넉넉하게 공간이 남았다. 방은 최소형이지만 나름 편리하게 쓰고 있다.
처음 숙소에 들어섰을 때 맞아준 사람이
구스티오였다. 구스티오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서글서글하고 인물도 좋다. 젊은 남자가 센스도 좀 있어 보였고, 쾌적한 공간에서 익숙한 노래를 듣자 쌓였던 긴장과 짜증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오랜 비행과 인터넷 단절, 그리고 한국과 스페인의 일곱 시간 차를 고려하지 못하면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스트레스가 잔뜩 쌓여 있었다. 사연은 차차 이야기하기로 하자. 시간 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예정에 없던 택시를 타고 일찍 숙소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숙소가 기대치보다 훨씬 좋다.
사람도 공간도 첫인상이 좋았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왔고 모든 것들이 햇살에 드러나 있어 밝았고 그래서 안심되었다. 리빙룸에 있는 소파옆으로 가방과 배낭이 널브러져 있고 소파에는 젊은 여자 아이가 몸을 반을 접은 채 제 무릎 위로 엎드려 있었다. 그러다가 잠이 들어버린 듯 움직임이 없었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남의 집 아이지만 편하게 쉬도록 접힌 몸을 펼쳐 소파 위에 길게 눕히고 싶었지만 행동하지는 않았다.
구스티오와 체크인을 하였다. 체크인 과정이 꽤 까다롭다. 여권을 확인하고 한국 우리 집 주소와 이메일, 전화번호를 적으라고 하더니 그다음에 zip code를 적으란다. 짚 코드? 그게 뭐냐고요로 스텝과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우편 번호는 왜 필요해? 나한테 편지 쓰려고?
오~노~ 노~!
난 당신을 상대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오.~
편지 말고 E-멜로 보내지 그러니~
입으로 뱉어내지 못하는 상상을 하고 있을 때 구스티오가 여권에 적힌 내 주소 검색을 해서 칸을 채웠다.
진짜로 궁금해서 묻는 건데, 우편 번호는 왜 필요하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