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여 당신을

#0 이방인

by 이림


나른한 오후, 회색 하늘, 미스트처럼 뿌려지듯 내리는 비. 2주일 만에 맞는 휴일치고는 날씨가 궂었다. 그럼에도 집에만 있기는 찌뿌둥하여 읽고 싶었던 책들을 챙겨 집 밖을 나섰다. 날씨 탓인지, 카페까지 멀지 않음에도 유독 버스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초록색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반가운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이게 얼마만이야."

J였다. J는 밴드 동아리에서 나와 꽤 오래 함께했던 형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멀어진, 하지만 마주치면 반가운 그런 사람이었다. J와 나는 인사를 나누며, 1년 동안 서로 어떻게 지냈는지를 나누었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내렸고, 잠시 걸었다. J는 오늘 밤 동아리에서 주점 공연을 한다며 시간이 되면 놀러 오라고 넌지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우리는 헤어졌다.


공연장은 지하에 있는 작은 술집이었고, 입구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일을 도와주러 왔다는 명목으로 나는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었고, 들어서자마자 음악 소리가 나를 덮쳤다. 오랜만에 찾은 동아리 공연에, 나는 잠시 감상에 잠겼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알 수 없는 들뜸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가 들어왔다. 한국인들로 득실거리는 좁디좁은 공연장에 그녀가 들어왔다. 청록색 눈에, 금색 머리를 지닌 그녀가, 공연장에 들어왔다.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