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마음 토닥토닥 심어갈 준비를
초록이 좋아서
Chapter 4. 겨울, 차곡차곡 정원에 봄을 저금합니다. in the winter
정원의 겨울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쉬어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밑그림을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는 일들이 휴식처럼 다가온다. 날마다 여름만 같다면 우리는 지쳐 쓰러질지 모른다.
나무도 땅도, 꽃도 세상 모두가 쉬어가는 계절. 겨울을 만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여름을 보내는 지금 겨울이 가진 진짜 묘미를 알게 된다. 차가운 공기가 그리워지는 계절만큼이나.
작가이 말처럼 봄을 위해 겨울에 저금하는 일들은 단지 쉬는 것 자체로 머무는 것이 아닌 숨을 불어넣고 생명을 주는 일임을 기억하려 한다.
무언가를 증명하며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많이 벗어났고,
나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아,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은 거구나. p.177
이제 어떠한 문제에도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기로 했다.
하나의 문제에 무수한 정답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정원은 알려 주었다. p.177
겨울이기에 찬찬히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익어가는 계절을 따라간 자리마다 한 해를 소담스럽게 담아 본다. 나의 1년이 지금만 같다면 그날의 최선을 향해간 자리마다 심어 자란 정성이 놀랍도록 푸를 것이다.
그만큼 하루는 정원을 가꾸는 일만큼 애쓰며 달려왔기에 겨울은 빛이 난다. 설령 지금 지나온 길들이 내 인생에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닐지라도 작가의 말처럼 무수한 정답 중에 하나라면 그만하면 됐다. 그 안에서도 배워가는 일들이 분명 있다.
선택의 길마다 배워가는 일들은 존재하기에 겨울이 그리 춥고 외롭지만은 않다. 다시 내년을 기약할 수 있기에. 경험하고 배워가는 것으로 말미암아 얻어낸 삶의 교훈을 다시 잘 심어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리라.
겨울은 고된 정원 노동을 마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한 박자 쉬며 숨 고르는 시간이 없었다면 벌써 때려치웠을지도 모른다. p.186
정원사의 상상력은 겨울에 빛을 발한다.
온통 눈으로 가득 뒤덮인 겨울의 중심에서도 여름을 불러와 공간을 디자인한다. p.188
정원을 가꾼다는 건 기대감 속에서 사는 일이다.
씨앗 하나 심어 두고 내일을, 내년을, 몇십 년 후를 꿈꾼다. p.191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하루를 살아간 방식이 쌓여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어떤 자리에 싹이 나고 어떤 꽃을 피워 열매를 맺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인생을 그려내는 일들이 흡사 정원의 일과 같다고 여겨진다.
작가는 겨울을 디자인한다. 우리도 새해가 되면 지난 1년을 돌아보며 다시 새롭게 목표를 세우고 다짐하게 된다. 1년을 잘 살아내기 위한 씨앗을 준비하는 계절은 겨울이다. 봄이 되면 연둣빛 싹을 피우듯 힘차게 발돋움하는 희망이 여기 씨앗 하나에 오롯이 새겨진다.
삶이라는 그림 안에 나는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갈까? 달음박질하는 긴긴 여름만큼 숨차게 이겨낼 일들은 내일 또다시 시작되겠지만 시작과 끝이 존재하기에 좌절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을 테다.
설사 힘겨워도 마음으로 쉬어가는 겨울이 있기에 참 다행이다. 황량한 겨울은 쓸쓸함이 어니라 잠시 내어주는 것이다. 또 다른 봄을 아름답게 그려갈 시간을 주는 것이다.
가끔은 정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그들만의 속도로 시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의미에서 정원에 들어서는 것은 다른 차원에 발을 디디는 것이기도 하다. p.194
나만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일.
그게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최고의 교훈일지도 모른다.
세상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밖에 할 수 없으니까. p.197
내게 삶이라는 주인공은 나뿐이다. 나뿐이기에 나를 사랑하는 일들을 가득 심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떠올려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들꽃의 강인함을 닮고 싶다. 화려하지도, 쉽게 드러나지도 않지만, 천천히 피어나 오래도록 진득한 빛깔을 내뿜는.
설사 잘려 나갈 일들 안에서도 다시금 비와 햇살을 받아 '이영차' 피어날 강인함을 닮아가고 싶다.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오래도록 우리 주변에 빛을 내어주는 존재이기에. 그들의 정신을 나는 정녕 닮아가고 싶다.
작고 여리지만 언제 피었는지 모를 지천의 힘. 그렇게 다시 일어나 오래도록 피고 지는 들꽃은 실은 가장 강한 삶이기에.
모든 씨앗에는 이미 계획이 있다.
적당한 때가 오면 씨앗은 모든 걸 걸고 한 발 내딛는다.
무모하리만큼 담대한 씨앗의 용기다. p.202
씨앗 하나에 온 우주가 담긴다. 세상의 색이 모두 씨앗 하나에 들어 있다. 생김새고 다르고 빛깔도 다르지만 존재함으로 인해 삶은 기쁘다. 씨앗 하나에 담겨 이겨낸 사계절 안에 오래도록 빛나던 일들을 잊지 않으리라.
작은 것에 깃든 삶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자연은, 정원은 이야기하고 있다. 아주 작은 새싹이 피어나 꽃이 피고 때론 우람한 나무로 자라기까지 인고의 계절을 맨몸으로 버틴 횟수만큼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과정이 있다.
나의 지나온 시절도 다 때를 만나 이뤄온 것이니 지금 하는 일들이 설령 어렵더라도 반드시 내게 이롭게 돌아오기에 용기 하나씩 심어내며 하루를 잘 살아내 보련다. 그렇게 자연 안에서 배워간다.
잠이 안 오는 겨울밤이면 모든 걸 찬찬히 들러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 계속 가져가고 싶은 것, 그 중심에 대해 생각해 본다. p.215
지금도 나는 매번 새로운 문제에 부딪힌다.
그때마다 헤쳐 나갈 방법을 생각해 낸다는 게 스스로 놀라울 따름이다. p.218
나의 내일이 어떨지 모르지만, 그때마다 나의 최선이 자라날 수 있도록 좋은 마음을 품어 본다. 작은 생각의 씨앗이 좋은 향기를 지니어 퍼져갈 수 있도록 나만의 정원을 그렇게. 나만의 인생길을 잘 다듬어 가보자. 내일의 일상은 또 다른 나를 이룰 하나의 새로운 날들이기에 자심 있게 나아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