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 입김으로, 눈으로, 손으로, 마음으로
시│현정아
봄으로부터 이어진
시간을 따라
하얗게 피어난 꽃잎
꽃말의 이름은 사랑
그것은
하늘로부터 이어진
땅의 대답
보듬은 향기가 너무 하얘서
그만 걸음을 멈추었다
차가운 입김
닿은 자리마다
따스한 꽃
몽글몽글 피어나니
쳐다보는 눈길을
차마 돌릴 수 없다
한 송이, 두 송이
예쁜 그 이름
포개진 손가락 사이
솜털 같은 희망
봄처럼 녹으니
그만
눈이 부셔
겨울의 마음
실컷 만진다
겨울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눈 오는 풍경이다. 길이 미끄럽고 추워 오가는 길이 불편하긴 하지만 하얗게 내리는 눈을 보면 어느새 내 눈이 정화된다. 마음이 하얗게 기쁘기까지 하다. 나는 그만 신이 나 아이의 마음이 된다.
눈송이가 내릴 때마다 깊어지는 세상은 단숨에 딴 세상이 된다. 가로등 사이로 나리는 눈송이의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여기저기 소복하게 쌓이는 부드러운 눈, 나무를 에워싸 하나의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눈은 그대로의 예술이다.
봄을 위한 겨울의 움직임, 땅을 따뜻하게 비추는 힘이다. 결을 만들고 다지는 것이 눈에도 들어 있다. 땅은 대답을 한다. 나뭇가지 벚꽃을 만들어 내고, 영산홍 가지마다 목화솜 같은 꽃이 몽글몽글 피어난다. 꽃물이 하얘서 그만 눈이 부시다.
늦은 밤 하얀 불을 밝힌다. 나무에 내려앉은 사랑을 만난다. 겨울을 실컷 만지니 나도 겨울이 된다. 그대로의 겨울을 인정하는 마음. 지금을 그대로 안아가니 봄 같은 희망이 부풀어진다. 그것은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보여주지만 누구에게나 보일 수 없는. 그것을 안아가는 사람만이 그것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