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
취업을 하거나 창업을 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창업 동아리를 운좋게 만들어 좋은 사람들과 소중한 경험을 쌓았지만, 모두가 취업을 위해 다른 분야를 찾거나 서울로 떠나갔다. 동아리방에서 화석 학번은 나와 친구 둘 뿐이었고, 나머지는 다음 동아리를 이끌게 될 후배들이 눈치를 주는 상황이었다.
당시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한창이었고, 대기업 게임들은 찾아볼 수 없는 시절이었다.
하이퍼 캐주얼 장르가 생소했던 그 때, 우리는 Ketchapp이라는 개발사에 영감을 받아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게임을 개발했다.
‘터치하는 동안 일정 선에 도달하여 맞추는 게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컨셉을 잡았다. 게임 이름은 ‘The Pub’으로 지었고 선술집에서 맥주잔의 선에 맞춰 맥주를 따르는 아주 간단한 방식이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던 내가 디자인을 맡았고, 엉성한 일러스트레이터 실력으로 게임의 리소스를 만들었다. 그 후에는 배너를 추가하고 어찌저찌 뽑아내 완성시켰다.
설레는 마음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첫 하이퍼 캐주얼 게임을 등록했다.
늦은 새벽, 동아리방에서 그 출시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부랴부랴 A4용지에 허접한 홍보 이미지를 만들고 캠퍼스 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종이를 붙였다.
다운로드 수는 처참했다.
하지만 애드몹 배너 수익을 확인해 봤더니 5천원이 찍혀 있었다.
그 돈은 외주도 아니고, 알바도 아닌 우리가 직접 만든 게임으로 번 것이었다.
나와 친구는 인디게임 스튜디오 토템89를 결성했다.
분명 적은 액수였고 결정을 내리기에 성급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젊었고 미래를 꿈꿨다.
그렇게 우리는 지방에서의 생존을 선포한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htIMQLW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