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아이콘 여포
요즘 빈번하게 일어나는 범죄를 가만히 살펴보면, 대개 잘 알고 지내는, 그것도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간에 일어나는 범죄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가족, 연인과 다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더러 있겠지만, 대부분 돈이 걸려 있거나 애정 관계에 문제가 있어 상대방에게 앙심을 품고, 계획적으로 치밀하게 범행을 도모하기도 한다.
자신의 가족, 연인을 잔인무도하게 죽여놓고, 정작 자신은 재판관 앞에서 심신 미약이라고 핑계를 대는, 파렴치한 범죄자들을 보면 정말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어떻게 자신을 길러 준 부모, 사랑하는 연인,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을 쉽게 죽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것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배신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여기, 삼국지연의에서도 배신의 아이콘이라 불린 인물이 있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수시로 배신하고, 살해해 세상 사람들로부터 악평을 들은 사람으로, 인중여포 마중적토(人中呂布 馬中赤兎)의 주인공 여포다.
여포는 변방의 이민족들이 많은 병주 출신으로, 활쏘기와 기마에 능하고, 완력이 남보다 뛰어나 비장(飛將)으로 불리며, 사납고 용맹했다. 병주자사 정원의 수하에서 복무하면서 그의 양자(삼국지연의 상에서)가 된다. 하진이 십상시에 의해 살해당하고, 동탁이 낙양의 실권자가 되자, 이에 반기를 든 정원을 배신해 살해하고, 동탁의 수하로 들어가 또다시 양자가 된다.(첫번째 배신)
반동탁연합군이 낙양으로 쳐들어오자, 호로관으로 직접 나아가 유비, 관우, 장비와 대적한다. 그 후, 동탁이 낙양을 불 지르고, 장안으로 천도하자, 그를 따라 장안으로 이동한다.
사도 왕윤의 연환계로 초선이 동탁과 자신을 이간질하자, 미인계에 넘어가 왕윤과 함께 동탁을 죽일 것을 모의하고, 황제 선위식(왕윤의 계략으로 꾸민 가짜 즉위식)에 참석하려는 동탁을 급습해 방천화극으로 찔러 죽인다.(두번째 배신)
동탁 사후, 가후의 계략으로 이각, 곽사가 장안을 공격해 함락시키자, 사도 왕윤은 패배를 직감하고 자살하지만, 여포는 처자식을 데리고 도망친다. 여포는 원술, 원소 형제 밑에서 객장(客將)으로 머물지만, 성격이 오만방자해 오래 머물지 못하고 떠나게 된다.
유랑군을 이끌고 떠돌아다니다가 장막의 손님으로 머무는데, 조조가 서주를 정벌하러 연주를 비운 사이, 장막, 진궁과 결탁해 연주 거의 대부분 지역을 점령한다. 연주를 되찾으러 온 조조를 가공할 만한 무력으로 수세에 몰아넣지만, 조조의 계략에 걸려 결국 패하게 되고, 오갈 데가 없어진 그는 서주의 유비에게 의탁한다.
유비는 여포가 뛰어난 무장인 점을 미루어 조조 등의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여포를 소패로 들이는데, 여포는 유비가 황제를 참칭한 원술을 토벌하러 간 사이에 그를 배신하고, 서주를 급습해 탈취하기까지 한다.(세번째 배신)
한순간에 본거지를 잃은 유비는 조조에게 의탁하게 되고, 조조와 유비는 공동의 적 여포를 토벌하기 위해 서주를 공격한다. 처음에는 하비성이라는 난공불락의 성이 있어 적을 만만하게 보던 여포군은 조조의 책사 순유와 곽가의 책략(하비성 주위를 흐르는 강인 기수와 사수의 제방을 터서 수공으로 하비성을 물에 잠기게 하는 계략)으로 기수와 사수의 물이 성 안으로 밀려 들어오자, 그만 전의를 상실하고 만다. 여포는 가공할 만한 무력과 완력을 가진 맹장이었지만, 하비성 안에 발이 묶인 데다가, 수하 장수들을 함부로 대한 대가로 그들의 손에 백문루에 묶여 포로 신세가 되고 만다.
포로가 된 여포는 살기 위해 끝까지 자신의 목숨을 조조에게 구걸하는데, 조조가 유비에게 여포를 어찌했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유비는 "정원과 동탁의 일을 잊으셨습니까?"하고 대답해 결국 조조가 배신의 아이콘 여포를 처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포는 대단한 무력을 가진, 희대의 비장(飛將)이었지만, 끝없이 배신을 하는 바람에 세상 사람들로부터 완전히 인심을 잃고 말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은 괜한 속담이 아니다. 이는 여포를 두고 한 말이나 다름이 없다. 배신으로 흥한 자, 배신으로 망한다.
많은 범죄자들이 여포처럼 인의예지를 배반한 덕에 세상이 참 각박해지고, 살아가기 힘들어졌다. 인간관계에서 믿음을 져버리고, 사람을 배신하고, 살해하기까지 하는 행위는 도저히 인간으로서 용서받을 수 없다. 범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여포는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다. 여포처럼 살다가는 그 대가를 특톡히 치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