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7일 금요일
오늘은 일찌감치 일어나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 어제 2026년 1월까지인 워크인 폐기 목록 작성을 안 했기 때문에 오늘 일찍 가서 목록을 작성해야 했다. 오후 12시 반에 집에서 나온 나는 81-1번 버스를 타고, 계양산 전통시장 정류장에 내려 10분 동안 매장까지 걸어갔다. 약간 오르막길이어서 그런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매장에 다다랐을 무렵에는 상체가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러게, 운동 좀 평소에 할걸. 10분 걸었다고 이렇게 땀이 날 일인가 싶었다.
매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 5분이 되어 있었다. 원래 오후 1시 30분까지인데, 일찍 도착해도 너무 일찍 도착한 것이다. 나는 매장으로 들어가 사장님과 인사를 나눴다.
"현용씨,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일찍 집에서 나서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30분 일찍 일 시작하겠습니다."
"나야 고맙지. 그러면 현용씨 덕분에 일찍 퇴근하네요. 그럼 수고해요."
시재 점검을 마치고, 사장님과 교대한 나는 그때부터 물류를 검수하고, 진열하기 시작했다. 물류가 다행히 많이 오지 않아서 금방 진열하고, 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매번 소주 박스를 들고 날라야 하고, 무거운 생수나 주류를 운반하는 게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물류 작업을 끝내고, 다음은 담배 재고 검수를 했다. 담배 재고 검수는 보통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어제 한 데이터가 있어서도 그렇고, 담배가 진열장에 얼마나 있는지 대충 알기 때문에 오늘은 4, 50분 정도로 시간이 단축됐다.
담배 재고 검수 결과, 재고 차이가 나는 담배가 꽤 많이 나왔는데, 아마 다른 점포와의 점간이동을 많이 해서 생겨난 오차인 것 같았다. 그래도 19개나 재고 차이가 나는 건 좀 심한 듯했다. 어차피 사장님이 알아서 재고를 맞추실 거라 신경은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다음은, 유통기한 검수를 하는 것이었다. FF상품(간편식)과 유제품, 빵 등의 유통기한을 확인해 오늘로부터 2주 후까지 목록을 적는 것이다. 매번 하는 일이라 손쉽게 끝낼 수 있었는데, 그래도 15분은 걸리는 작업이었다.
그다음 작업은 쓰레기봉투 재고 검수였다.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세어 그 수량을 적는 것이었다. 우리 매장의 쓰레기봉투는 음식물 봉투 1L, 2L, 3L, 5L, 10L가 있고, 일반 종량제 봉투 5L, 10L, 20L, 50L가 있다. 사업장 폐기물 봉투는 60L가 있고, 재사용 종량제 봉투는 10L, 20L가 있다.
총 12가지 봉투의 수를 세어 목록을 적고 나니, 이제 남은 건 2026년 1월까지의 워크인 폐기 목록 작성뿐이었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30분쯤 되어 있었다. 나는 10분쯤 쉬고 있다가 워크인의 주류와 음료들의 유통기한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1월까지 유통기한인 주류와 음료들이 꽤 되었다. 이미 유통기한이 지난 주류와 음료들도 있어 그것들은 폐기 상품 바구니에 넣어 두었다.
목록을 다 작성하고 나니, 오후 5시 30분이 되어 있었고, 나는 그때부터 쉴 수 있었다. 막간에 오징어 짬뽕 소컵라면을 먹고, 담배를 피우면서 쉬는 시간을 보냈다.
저녁 6시 15분쯤 되어 저녁 근무자 친구가 출근했고, 나는 그 친구가 시재 점검을 할 동안 전달 사항을 인수인계한 후, 퇴근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퇴근해서 쉬고 계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고, 그동안 미처 자르지 못한 머리를 자르러 동네 미용실로 향했다. 미용실에서 내가 원하는 머리 스타일(최대한 단정하게, 앞머리는 눈썹 위로, 구레나룻을 다 치고, 옆머리가 안 뜨도록)로 잘라달라고 직원 분에게 얘기했다. 직원 분은 내가 다운 펌을 했었다고 얘기하자, 다운 펌 비싸기만 하고 효과는 별로 없다면서 차라리 스프레이와 드라이기를 잘 활용하면 옆머리를 안 뜨게 할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나는 그 얘기를 새겨듣고, 머리를 감고 말릴 때 스프레이로 머리를 고정한 후, 드라이기로 옆머리를 잘 눌러 스타일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미용실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차려 먹었다. 아버지는 먼저 저녁 식사를 하신 듯했다. 나는 엄마가 끓인 우거지 된장국과 멸치볶음, 가지무침, 엄마가 어제 사 온 고구마순으로 만든 고구마순볶음, 그리고 엄마가 새로 담근 김치를 먹었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나서 내 방 책상에 앉아 노트북으로 《삼국지에서 배우다》 15화 일찍 죽어 안타까운 인물들 1편 천재 지략가 곽가 편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평소에 제갈량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책사인 곽가의 이야기를 하려니, 글이 술술 풀렸다. 마무리 작업은 신정동 매장에 출근해서 하려고 밤 9시쯤 작업을 끝냈다.
집에서 밤 9시 20분에 나와 부랴부랴 계양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 공항철도와 5호선 열차를 타고 신정역에 도착하니, 밤 10시 15분이 되어 있었다. 원래 밤 10시에 교대하는 꼬북이에게 늦는다고 미리 말해두길 다행이었다. 20분이 되어 매장에 도착해 꼬북이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시재 점검을 한 후, 남은 저녁 물류 정리를 했다.
손님 계산을 보면서 꼬북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모레 있을 사촌 여동생 결혼식 얘기도 하고, 일요일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할 건지도 얘기하고, 내가 봤던 애니메이션 《장송의 프리렌》 얘기도 나눴다. 그리고, 즉석식품 뼈해장국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햇반과 함께 나눠 먹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 1시가 조금 넘어 꼬북이는 집으로 가고, 나는 남은 야간 근무를 했다.
오늘은 매장 두 군데에서 일하는 지라 바쁘기도 했지만, 바쁜데도 불구하고, 정말 알차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업무도 잘해놓고, 머리도 자르고, 꼬북이와 좋은 시간도 보냈다. 오늘은 신정동 매장 업무인 먼지 털기를 잘 끝내놓아야겠다. 그래야 내일 야간근무 때 할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알차고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그러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보려 한다. 아자아자 파이팅, 제갈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