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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하일기

업무 일과와 업무 후의 달콤한 휴식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by 제갈해리

토요일 야간 근무를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신정역에 도착해 매장으로 향했다. 밤 10시 조금 넘어 매장에 출근해 꼬북이와 업무 교대를 하고 일하고 있던 중, 사장님이 매장에 오셨다. 매장 유리에 시트지를 붙이기 위해 오셨다고 했다. 최근 매장 유리가 갈라져 새 유리로 교체하는 공사를 했는데, 한동안 유리를 만지지 말라는 업자들의 말에 유리에 아무것도 붙이지 않고 두었더랬다. 그런데 오늘 사장님이 유리에 시트지를 붙여도 되겠다 싶으셨는지 준비를 해가지고 오셨다. 새벽 1시쯤 되어 꼬북이는 퇴근하고, 나와 사장님이 시트지를 유리창에 붙이는 작업을 했다. 나는 옆에서 투명 테이프를 떼어 사장님께 드렸고, 사장님은 시트지에 테이프를 붙여 유리창에 붙이기 시작하셨다. 시트지를 다 붙이고 나니, 유리창이 깔끔하게 가려졌다.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고 그랬는데, 이제 그럴 일 없어서 다행이네요."

"맞아. 나도 그랬어. 유리창을 이렇게 가리니까 햇빛도 안 들어오고, 사람들 신경 안 써도 되고 좋지."

"그러게요. 깔끔하게 잘 붙이셨네요."

"고마워요, 현용씨가 도와줘서 금방 끝냈네."

"아닙니다."


시트지를 붙이고 나서 새벽 2시쯤 나는 내 업무인 재활용, 일반쓰레기 분리수거 작업을 시작했다. 작업을 하던 도중, 손님이 계산하러 오셨지만, 사장님이 카운터를 봐주셔서 고무장갑을 벗고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은 여름철 성수기만큼이나 쓰레기 양이 많아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 50L가 꽉 찰 정도였다. 부피가 큰 일반쓰레기를 꾹꾹 눌러서 최대한 종량제 봉투에 들어가게 만들었다. 종량제 봉투를 묶고, 분류한 플라스틱, 유리, 캔 등을 들고, 매장 뒤편의 분리수거장으로 가지고 갔다. 분리수거장에 분류한 쓰레기들을 모아놓고, 매장 화장실로 들어와 고무장갑에 묻은 이물질을 씻어냈다. 고무장갑을 벗고 핸드워시로 손을 씻어내고 나서 카운터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차례다. 비닐장갑을 양손에 끼고, 음식물 쓰레기통을 들고 화장실로 와서 음식물 쓰레기 바구니를 하수구 입구에 놓고, 음식물 쓰레기 국물이 든 봉지에서 바구니 위에 국물을 쏟아냈다. 국물이 빠지고 남은 봉지를 탈탈 털어내 묶어두고, 새 봉지를 음식물 쓰레기통에 씌웠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가 든 바구니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들어내어 음식물 쓰레기봉투 1L에 담았다. 음식물 쓰레기가 어느 정도 쓰레기봉투에 차 쓰레기봉투를 묶었다. 그리고 자잘한 음식물 쓰레기만 남은 바구니에 물을 틀어 수세미로 깨끗이 씻어냈다. 바구니에서 음식물이 제거되자, 깨끗한 바구니가 되었다. 나는 새 봉지를 씌운 음식물 쓰레기통에 깨끗이 씻은 바구니를 올려두었다. 쓰레기통을 원래 식사대 있는 자리에 놓아두고, 다 쓴 비닐장갑과 묶어둔 국물 봉지를 일반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렸다.

음식물 쓰레기까지 처리하고, 담배 한 모금 피우고 조금 쉬고 있으려니, 사장님이 집에 가신다고 하셨다. 사장님을 문까지 배웅하고 들어와 조금 쉬다가 쿨러(워크인)를 채웠다. 주말이라 주류와 음료가 많이 나가 쿨러를 채우는 과정에서 주류와 음료를 포장했던 비닐들이 많이 나왔는데, 비닐 모으는 봉투가 꽉 찰 지경이었다.


쿨러까지 채우고 나니, 얼추 반은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대망의 먼지 털기가 남았으니, 먼지 털기가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귀찮고 까다로운 작업이었기 때문에 먼지 털기를 해야 작업을 다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먼지 털기를 하기가 싫어 계속 시간을 미루다 가는 새벽 시간이 다 지나 손님들이 계속 들어오기 십상이라 시간을 미루면 안 되었다. 결국 먼지 털기를 시작했고,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걸린 후에 끝낼 수 있었다. 먼지 털기를 하면서 매대 진열까지 함께 재진열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먼지 털기를 끝내고 나니, 7시 50분이 되어 있었다.


8시가 되어 아침 냉동, 냉장 물류가 들어왔다. 나는 그때 졸려서 비몽사몽한 상태가 되어 있었는데, 그래도 냉동식품이 녹을 수도 있어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작업을 해야 했다. 아이스크림과 냉동식품, 얼음컵을 진열하고, 간편 식품과 냉장 빵 등을 진열했다. 작업을 끝내고 나니, 9시쯤 되어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엎드려서 자기 시작했는데, 10시에 사장님이 오시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30분밖에 엎드려 있지 못했다. 남은 30분 동안은 과자와 라면을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과자와 라면을 채우고 있는데, 사장님이 출근하셨고, 나는 그제야 퇴근하고, 우리 동네 성당으로 가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10시 55분에 도착해 부랴부랴 성전으로 들어간 나는 미사를 드리고 나와 함께 미사를 드렸던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엄마는 오늘 예식장에 가신다고 했고, 나는 꼬북이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엄마와 헤어지고, 버스를 타고 계양역에 도착해 공항철도를 타고 김포공항역에 내려 김포공항 롯데몰로 향했다. 롯데몰 입구에서 꼬북이를 만나 함께 중국 음식점 차이로 가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탕수육과 자장면, 짬뽕, 그리고 샤오롱바오(소룡포)를 주문했다. 다 맛있었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탕수육이 제일 맛있어 마지막 소스까지 아낌없이 탕수육 고기에 찍어 먹었다. 차이를 나와 파스퇴르에 가 밀크셰이크를 먹었다. 파스퇴르 밀크셰이크는 정말 신선한 우유 맛이 나 좋았다.


그렇게 꼬북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너무 졸려 롯데백화점 5층 휴식공간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 2시간 정도 잠이 들었는데, 그동안 꼬북이는 올리브영과 서점 등을 돌아다녔다고 했다. 기다려 준 꼬북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지만, 잠이 덜 깬 상태라 퉁명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와 꼬북이는 우리 집으로 함께 왔고, 집에서 꼬북이는 강아지 쿠키에게 간식을 주면서 놀아주었다. 꼬북이를 오랜만에 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반기는 쿠키가 귀여워 보였다.


엄마께 전화를 걸어 어디신지 여쭤보니, 예식장에 갔다가 친척 누나 차를 타고 오시는 중이라고 했다. 꼬북이는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집을 나섰고, 나는 문 앞에서 꼬북이에게 인사를 했다. 꼬북이가 가고 나서 나는 방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순식간에 잠에 빠져 들어 다음 날 아침까지 잤다.


오늘은 업무도, 휴식도 정말 좋았던 일요일이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좋은 하루를 보낸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았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이런 식으로 살아간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다. 이제 월요일로 시작하는 한 주를 힘내보자! 파이팅, 제갈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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