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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춧돌

변화에 관한 시 3편

by 제갈해리

요즘 날씨가 선선해지다 못해 점점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쌀쌀해진 날씨만큼 면역력도 약해져 감기 몸살을 앓기 쉬운데요.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는 날씨에 인간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변화해 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체중이 변하는 것도, 머리 색깔이 변하는 것도, 몸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도 변화의 한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자연의 순환도 변화요, 인생의 흐름도 변화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계절의 변화와 인생의 변화를 바라보며, 변화에 관한 시 3편과 함께해 보려고 합니다. 함께 할 시 3편은,


이형기의 《낙화》, 오은의 《나는 오늘》, 고은의 《낯선 곳》


입니다. 그러면 시 3편을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나는 오늘

오은

나는 오늘 토마토
앞으로 걸어도 나
뒤로 걸어도 나
꽉 차 있었다

나는 오늘 나무
햇빛이 내 위로 쏟아졌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위로 옆으로
사방으로 자라고 있었다

나는 오늘 유리
금이 간 채로 울었다
거짓말처럼 눈물이 고였다
진짜 같은 얼룩이 생겼다

나는 오늘 구름
시시각각 표정을 바꿀 수 있었다
내 기분에 취해 떠다닐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종이
무엇을 써야 할지 종잡을 수 없었다
텅 빈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사각사각
나를 쓰다듬어 줄 사람이 절실했다

나는 오늘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나는 오늘 그림자
내가 나를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잘못한 일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공기
네 옆을 맴돌고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너를 살아 있게 해 주고 싶었다

나는 오늘 토마토
네 앞에서 온몸이 그만 붉게 물들고 말았다
낯선 곳

고은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자, 시 3편을 감상하고 오신 느낌이 어떠신가요? 저는 변화한다는 것은, 자연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것도 있겠지만, 인간이라면 무엇보다도 행동하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든, 내 삶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든 행하는 것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주춧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도 자신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여러분이 되시길 바라며, 다음 번에도 좋은 시로 찾아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 때 제가 썼던, 변화에 관한 시 《STOP!》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STOP!


변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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