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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동물에 관한 시 3편

by 제갈해리

여러분은 3월 23일과 8월 8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이 날들은 바로, 세계 강아지의 날과 세계 고양이의 날인데요. 반려견과 반려묘를 기르시는 애견인, 애묘인 분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날에는 많은 분들이 반려견, 반려묘를 동반해 교외나 공원으로 산책을 나서기도 하고, 반려동물에게 맛있는 음식이나 장난감을 선물해 주기도 하고,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기도 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무엇보다도 뜻깊은 활동은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돌보는 봉사 활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초에 세계 강아지의 날과 세계 고양이의 날이 유기견, 유기묘들에 대한 인식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니까요. 개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지구촌을 함께 살아가는 여러 동물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만물의 영장인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물에 관한 시 세 편을 가져와 봤습니다. 오늘 함께 할 시 3편은,


김기택의 《소》, 노천명의 《사슴》, 김기택의 《직선과 원》


입니다. 그럼 시를 감상해 보실까요?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오,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사슴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族屬)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 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
어찌할 수 없는 향수(鄕愁)에
슬픈 모가질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직선과 원

김기택

옆집에 개가 생김.
말뚝에 매여 있음.
개와 말뚝 사이 언제나 팽팽함.
한껏 당겨진 활처럼 휘어진 등뼈와
굵고 뭉툭한 뿌리 하나로만 버티는 말뚝,
그 사이의 거리 완강하고 고요함.
개 울음에 등뼈와 말뚝이 밤새도록 울림.
밤마다 그 울음에 내 잠과 악몽이 관통당함.
날이 밝아도 개와 말뚝 사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음.

직선 :
등뼈와 말뚝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
온몸으로 말뚝을 잡아당기는 발버둥과
대지처럼 미동도 않는 말뚝 사이에서
조금도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않는 고요한 거리.

원 :
말뚝과 등거리에 있는 무수한 등뼈들의 궤적.
말뚝을 정점으로 좌우 위아래로 요동치는 등뼈.
아무리 격렬하게 흔들려도 오차 없는 등거리.
격렬할수록 완벽한 원주(圓周)의 곡선.

개와 말뚝 사이의 거리와 시간이
이제는 철사처럼 굳어져 더 이상 움직이지 않음.
오늘 주인이 처음 개와 말뚝 사이를 끊어놓음.
말뚝 없는 등뼈 어쩔 줄 모름.
제자리에서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달리기도 함.
굽어진 등뼈 펴지지 않음.
개와 말뚝 사이 아무것도 없는데
등뼈, 굽어진 채 뛰고 꺽인 채 달림.
말뚝에서 제법 먼 곳까지 뛰쳐나갔으나 곧 되돌아옴.
말뚝 주위를 맴돌기만 함.
개와 말뚝 사이 여전히 팽팽함.


자, 동물에 관한 시 세 펀을 감상하고 오셨는데, 어떠셨나요? 저는 시를 감상하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뭉클 샘솟았는데요. 동물에 관한 시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마음을 형상화하는 시인의 모습에서 만물의 영장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또, 동물을 인간과 함께 조화롭게 어울리는 존재로 그려내어 동물에게도 인간처럼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동물은 결국 지구라는 생명의 땅에서 인간과 공생하는 또 다른 지구의 주인인 셈이죠.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기를 소망하면서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대학 때 썼던 시 늑대의 유혹》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늑대의 유혹


만물의 영장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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