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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친 인물들 1

관우의 오만함

by 제갈해리

우리는 살아가면서 일을 그르친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것도 큰 사업이나 장기적인 목표로 하던 일이 좌절되거나 망해 버리면 그 일을 그르친 자신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을 그르친 이유가 자신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성격 때문이라면 그것은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성격 하나만 고쳤으면 일을 순탄하게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큰 일을 성취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친 인물들 특집 1편으로, 관우의 오만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관우는 유비 휘하에서 지냈을 때부터 원래 강하고, 위세가 있는 사람에게 더 세게 행동하고, 아랫사람들에게는 은덕을 베푸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관우는 아랫사람들과 백성들에게 훌륭한 장군이라는 칭송을 받았고, 위세 있고 명망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의가 있다고 하여 인기가 많았다.


그 일례가 관우가 하비에서 곤경에 처했을 때 조조가 관우의 세 가지 조건(조조가 아닌 천자에게 항복한다는 것, 형수님들을 보살필 것, 유비의 소재가 확인되면 바로 떠날 것)을 수락하면서까지 관우를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관우의 장군으로서의 능력과 의기를 높이 산 조조는 관우를 위해 3일 소연, 5일 대연을 열 정도로 관우를 후하게 대한다. 관우는 그럼에도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한시도 유비를 잊지 않고, 형수님들을 모시는 데 어긋남이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본 조조는 더욱 관우를 아끼게 된다.


훗날, 관우가 조조를 떠나 유비에게 돌아가고, 적벽대전에서 조조가 패해 화용도로 오자, 관우는 조조의 은혜를 잊지 않고, 그를 살려 보낸다. 이는 관우가 정에 약한 것이 아니라, 의기가 강한 대장부였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보면 관우가 조조를 놓아 보낸 것까지는 제갈량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라 큰 일을 그르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관우의 어떤 면이 결국 대업을 그르쳤을까.


시간은 흘러 관우가 형주를 수비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사건은 벌어진다. 관우는 유비를 따라 중원을 돌기도 하고, 한때 조조 휘하에서 안량과 문추의 목을 베어 그 명성을 떨치기도 해서 형주를 수비할 무렵에는 이미 삼국의 유력인사가 되어 있었다. 유비가 없는 형주는 관우의 소관이었고, 관우는 한 주의 주자사나 다름없는 거물급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런 관우의 책임도 무거웠지만, 권한도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관우의 오만함은 더욱 깊어지고, 강해졌을 것이다.


그 일례로, 손권이 자신의 아들과 관우의 딸을 혼시키려고 제갈근을 사신으로 보내는데, 관우는 청혼을 하는 제갈근의 말을 듣자마자 크게 노하면서 어찌 범의 딸이 개의 자식과 어울리냐는 말을 한다. 아무리 상대국 군주를 얕보았다고 해도 개의 자식이라니, 이는 외교적 결례가 되는 발언이다.


관우의 오만함은 그에 그치지 않았다. 관우가 동오에서 경계한 사람은 오직 여몽뿐이었는데, 여몽이 병이 났다고 핑계를 대고, 나이 어린 육손을 도독으로 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나이 어린 육손이 관우에게 인사를 오자, 관우는 육손이 경험 없고 나이 어린것만 보고는 동오를 얕보기 시작한다. 그래서 동오를 방어하기 위한 형주의 수비군 대부분을 번성으로 이동시킨다. 이는 엄청난 패착이었다.


애초에 제갈량이 촉으로 들어가면서 관우에게 부탁한 것은, 동쪽의 손권과 화합하여 북쪽의 조조와 대적하라는 것이었다. 관우는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손권과 마찰을 빚었을 뿐만 아니라, 손권과 조조가 동맹을 맺도록 만드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관우의 실패는 곧 형주의 생사존망이 걸린 일이었기 때문에 형주는 곧 손권과 조조의 손에 넘어가 버린다. 그리고 형주를 잃고 나서 유비의 세력은 급속히 약화된다.

관우의 오만함. 그 오만함이 가져온 여파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한중왕까지 올랐던 유비 세력의 천하통일 가능성이 점쳐지던 때였는데, 그 시기에 관우의 실책은 형주라는 유비 세력의 한 축을 단번에 괴멸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단순히 관우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물론 관우가 유비의 수족 같은 존재였기는 했지만, 그보다 앞서 형주라는 지리적 위치가 촉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절실한 교통의 요충지였다는 것이었다. 북쪽으로는 중원과, 동쪽으로는 장강을, 서쪽으로는 산악지대를 골고루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을 잃는다는 것은 군대를 주둔시키고, 진군시킬 땅을 잃는 것을 의미한다.


애초에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가 형주를 기반으로 하여 촉을 얻어 관중과 형주 양 방향에서 장안과 낙양을 공격하는 것이었는데, 형주를 잃어버림으로써 그런 기회는 날아가버린 것이었다. 제갈량이 아무리 신이 내린 책략가라고 해도 인간의 일을 다 예측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도 관우라는 인간의 오만한 특성을 좀 더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관우가 그 오만한 성격을 고치고, 겸손해졌더라면 역사는 많이 달라져 있지 않았을까.


성격 때문에 일을 그르친 인물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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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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