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학도 한국에서 나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교환학생 정도는 잠깐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삶의 터전을 한국 밖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런 내가 캘리포니아, 피츠버그를 거쳐, 지금은 시애틀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사람들이 일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 여정 중 그 무엇도 내 계획대로 된 것은 없었다. 처음에는 ‘한 번 사는 인생, 해외도 잠시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운 좋게 작은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는 외면하기 아쉬운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그렇게 주어지는 기회가 이끄는 대로 살다 보니 지금은 시애틀에서 직장인으로 살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인생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어차피 다음에 어디에 살 것인지,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그 무엇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저 지금 어느 정도 행복하고, 너무 힘들지 않으면 되었다 싶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모든 게 순탄했던 건 아니다. 해외여행도 최대 20일 이상은 가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 낯선 언어와 문화에 나를 적응시키는 건 매일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다른 언어로 입을 떼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도 있었다. 성장보다 생존이 더 급했다. 아직 안정적인 비자도 없고, 레이오프가 수시로 일어나는 시기 속에서 여전히 생존에 급급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돌아보면, 생존을 위해 버티고 이겨냈던 시간들이 쌓여 나를 성장시켰던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잘 생존하고 있는 나의 삶을 가치 있게 남기고 싶었다. 아무리 괴롭고 어두웠던 시간도 잘 다듬고 깎아내면 반짝이는 보석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미화되듯, 자연스레 그렇게 될 수도 있지만, 의식적으로 내 노력과 성장을 좀 더 보듬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리고 그 기록이 어딘가에 비슷한 고민과 힘듦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 브런치에서는 평범하고 고되지만, 종종 행복한 30대 직장인의 삶과 일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디자인 이야기, 커리어 이야기, 그리고 해외에서 일하며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 누군가에게는 낯설지만 흥미로운, 또 누군가에게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으로 첫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기록해 두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