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아이는 우리 부부가 간파한 성격 그대로였다. 아이는 어린이집 운동회에서 제일 얌전하고 숯기없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행동하기 전에 충분히 주변을 살피는 신중한 성격이었고 환경에 익숙해지기까지 또래 아이들보다 시간이 곱절은 더 걸리는 편이었다. 아이의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차분하고 기민한 녀석에게 더 마음에 갔다. 아이는 출발신호를 알리는 선생님의 신호에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친구들이 경기에 참여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아들은 경기의 분위기를 충분히 익힌 후 두어박자 느리게 결승선의 향해 뛰었다. 모두가 몸을 굽히고 사방으로 구르는 공을 상대편 진영으로 던져 넘기는데 정신이 없었다. 아이는 대열의 맨 끝에 서서 물끄러미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제 마음먹었다는 듯 성큼성큼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힘껏 공을 던져보았다.
시작이 늦어서 그렇지 한번 발동이 걸리면 무섭게 집중하는 아이였다. 자야 할 시간을 훌쩍 넘겨서도 한창 만들던 블럭은 기어코 완성을 해야 했다. 좋아하는 것에 무섭게 몰입하는 아이는 가만히 내버려 두면 한시간도 넘게 블럭놀이를 했다. 반면 흥미가 없는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쉽게 감정적으로 동요했고 주위의 눈치를 살폈다. 쉽지 않은 아이를 내 안에 온전히 들이기 위한 노력은 예나 지금이나 계속 되는 중이다. 한 아이의 세계는 우주만큼 넓다고 하는데 첫째 아이를 보면 나는 결코 이 드넓은 미지의 우주에 가 닿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첫째아이는 내 예상범위 밖으로 영민하고 기민하고 창조적이며 그래서 연약하다.
오늘 너의 첫 운동회를 끝낸 후, 남편과 아이를 어떻게 길러야 할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부부가 살아온 한계로 인해 너를 양육하는 방법도 분명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을 것이다. 우리가 담아내기에 너는 너무 큰 존재일지 모른다. 더 많이 공부하고 연습하고 다듬어서 네 앞에 서는 수밖에 없겠다. 영민한 너는 우리 부부의 모습도 가만히 지켜보고 마음에 담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나은 인간이 되라고 너라는 큰 존재가 우리에게 내려온 거라고, 작은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와 아빠는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