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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화 증기기관부터 ChatGPT까지, 혁명의 패턴

기술혁명의 숨겨진 공식

by 윤지원


저 괴물이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것이다!




1769년 제임스 와트가 개량한 증기기관을 본 사람들은 경악했어요. 2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ChatGPT를 보며 똑같은 말을 하고 있어요. "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다!" 재미있지 않나요? 인류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똑같은 두려움과 기대를 반복하고 있거든요.



사실 인류 역사를 보면 기술혁명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각각의 혁명은 인간의 특정 능력을 확장시키고, 사회 구조를 바꾸며, 새로운 질문을 던졌죠. 1차 산업혁명은 "힘"을 확장했고, 2차는 "속도"를, 3차는 "지식"을,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4차는 "예측"을 확장하고 있어요.



18세기말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까지 인간은 자신의 근육과 동물의 힘에만 의존해야 했어요.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깊은 광산에서 석탄을 캐는 일은 정말 고된 육체노동이었죠. 그런데 증기기관이 등장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어요. 기계가 인간보다 몇십 배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된 거예요. 갑자기 공장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고, 기차와 배로 먼 곳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것만이 아니었어요. 사회 전체가 뒤바뀌었거든요. 농업 중심이던 사회가 공업 중심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었어요.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겨났고, 새로운 계급이 등장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노동"에 대한 인식이 바뀐 거예요. 이전에는 숙련된 장인의 손기술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어요.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한 거죠.



19세기말 2차 산업혁명은 전기와 컨베이어 벨트로 대표돼요. 이번에는 "속도"의 혁명이었어요. 헨리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시간이 12시간에서 93분으로 단축되었거든요. 전기 덕분에 밤에도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전화와 전신으로 멀리 떨어진 곳과 즉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어요.



이 시기에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정확한 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효율성과 생산성이 최고의 가치가 되었죠.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1988)를 보면 인간이 기계의 속도에 맞춰 살아가는 모습이 코믹하면서도 섬뜩하게 그려져 있어요. 사람들은 "빨라지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요.



20세기 후반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시대였어요. 이번에는 "지식"의 혁명이었죠. 예전에는 대학 도서관에 가야만 찾을 수 있던 정보를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게 되었어요. 위키피디아 하나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수십 권의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된 거예요.



이 변화는 정말 혁명적이었어요. 정보가 민주화되었거든요. 예전에는 소수의 전문가나 권위자만 가질 수 있던 지식이 누구에게나 열린 거죠. 12살 아이가 유튜브로 대학 수준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오지의 농부가 최신 농업 기술을 검색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도 생겼죠. 정보가 너무 많아서 무엇이 진실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졌고, 가짜뉴스와 정보 조작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어요. 이번에는 "예측"의 혁명이에요. AI가 미래를 예측하고, 로봇이 복잡한 판단을 내리며, 빅데이터가 우리도 모르던 패턴을 발견해내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여러분이 어떤 영화를 좋아할지 예측하고, 구글은 여러분이 무엇을 검색할지 미리 알고 있으며, 의료 AI는 의사보다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하기 시작했어요.



이전 혁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변화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는 거예요. 1차 혁명은 약 100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2차는 50년, 3차는 30년 정도 걸렸어요. 하지만 4차 혁명은 1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우리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어요. ChatGPT가 나온 지 1년도 안 되어 전 세계 1억 명이 사용하게 되었거든요.



각 혁명마다 사람들이 던진 질문들을 보면 흥미로워요. 1차 때는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살아갈까?"였고, 2차 때는 "빨라지는 세상에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할까?"였어요. 3차 때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진실을 어떻게 찾을까?"였죠. 그리고 지금 4차 혁명 시대의 질문은 "AI가 생각까지 대신한다면 인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예요.



인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매번 사람들의 걱정과는 달리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열렸어요. 1차 혁명으로 육체노동은 줄어들었지만 더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일자리가 생겨났어요. 2차 혁명으로 단순 반복 작업은 자동화되었지만 기술자와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했죠. 3차 혁명으로 정보 검색이 쉬워졌지만 정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어요.



그렇다면 4차 혁명에서는 어떤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까요? AI가 예측하고 분석하는 일을 대신해 준다면, 인간은 더 본질적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의사는 진단보다는 환자와의 소통과 치료에, 교사는 지식 전달보다는 학생들의 잠재력 발견과 동기 부여에, 예술가는 기법보다는 감정과 메시지 전달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될 거예요.



여러분은 이 네 단계 중 어떤 영역에 가장 끌리나요? 힘을 다루는 기계공학, 속도를 추구하는 자동화 시스템, 지식을 관리하는 정보기술, 아니면 미래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각각의 혁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어요. 중요한 건 어떤 기술이 우세한 지가 아니라, 그 기술들을 어떻게 인간다운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죠.



다음 화에서는 AI와 로봇이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온 세상에서 어떻게 그들과 관계 맺을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머신러닝의 기본 원리부터 AI 윤리까지, 복잡해 보이는 인공지능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살펴볼게요. 두려워하지 마세요. AI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능력을 확장시켜 줄 새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으니까요.



다음 화 예고 : AI와 어떻게 관계 맺을까 - 경쟁 대신 협업, 대체 대신 증강하는 새로운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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