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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중력이 사라진다면? 상상력 근육 키우기

문제를 재정의하는 능력, 상상력이 혁신을 만든다

by 윤지원

*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백 투 더 퓨쳐>



내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갑자기 중력이 사라졌다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건 아마 "와, 하늘을 날 수 있겠다!"일 거예요.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물이 컵에서 떠오르니까 물을 마실 수 없고, 음식도 입에서 흘러나오고, 심지어 대기까지 우주로 흩어져버려서 숨을 쉴 수 없을 거예요.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그럼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새로운 질문이 생겨요. 특수한 빨대를 만들어서 물을 빨아들이는 방법은 어떨까? 아니면 모든 물건에 자석을 달아서 철판 바닥에 붙이는 건 어떨까? 이런 식으로 상상을 확장해가다 보면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기 시작해요.



이런 게 바로 '상상력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에요. 상상력은 타고나는 재능이 아니라 훈련으로 기를 수 있는 능력이거든요. 그리고 이런 상상력이야말로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인간만의 능력이죠.



스탠퍼드 D-스쿨에서 가르치는 디자인 씽킹도 결국 상상력을 체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5단계로 이루어져 있죠. 공감(Empathize) 단계에서는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진짜 문제를 이해해요. 정의(Define) 단계에서는 발견한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아이디어 발상(Ideate) 단계에서는 가능한 모든 해결책을 상상해 봐요. 프로토타입(Prototype) 단계에서는 아이디어를 실제로 만들어보고, 테스트(Test) 단계에서는 사용자의 반응을 관찰해서 개선점을 찾아내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How Might We?" 질문이에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라는 열린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수업 시간에 졸지 않게 하려면?"이라는 문제가 있다면, "How Might We make classes more engaging?"(어떻게 하면 수업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 "How Might We help students get better sleep?"(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더 잘 잠들 수 있을까?) 같은 다양한 관점에서 질문을 재구성하는 거죠.



역발상도 훌륭한 상상력 훈련법이에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어서 생각해 보는 거예요 "만약 학교에서 시험이 없다면?" "만약 하루가 30시간이라면?" "만약 인터넷이 없다면?" 같은 질문들을 던져보고 그에 따른 변화를 상상해 보는 거죠. 이런 사고 실험을 통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된답니다~!



SF(science fiction) 소설을 읽거나 직접 써보는 것도 상상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에요. SF는 "만약 이런 기술이 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인간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탐구하는 장르거든요.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조지 오웰의 <1984> 같은 작품들은 모두 기술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어요.



여러분도 SF 단편을 써보면 어떨까요? 영화 <코드명 J>처럼 "기억을 USB에 저장할 수 있다면?"이라는 설정으로 시작해서, 그런 기술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 보는 거예요. 시험 전에 천재의 기억을 다운로드받는다면? 연인들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한다면? 범죄자의 기억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런 질문들을 통해 기술의 양면성과 윤리적 문제까지 탐구할 수 있겠죠?



크리티컬 메이킹도 재미있는 방법이에요. 종이, 골판지, 클레이 같은 간단한 재료로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만들어보는 거죠.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더 정교한 프로토타입도 만들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문제점을 발견하는 거예요.



"혼자 사는 노인분들의 외로움을 해결하려면?"이라는 문제가 있다면, 먼저 종이로 간단한 로봇 모형을 만들어볼 수 있어요.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거죠. 그다음에는 실제로 아두이노를 사용해서 간단한 센서와 스피커를 연결해 보고,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서 안부를 묻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볼 수 있어요.



상상력의 원천은 다양한 경험이에요. 모든 경험을 직접 할 수 없으니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여행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접하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자신의 관심 분야와 전혀 다른 영역에 도전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되죠. 이과 학생이 시 쓰기에 도전해 보고, 문과 학생이 코딩을 배워보는 것처럼요.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 우연히 접한 비트박스에 매료되었다면 "수학적 패턴을 비트박스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요. 피보나치수열을 리듬으로 만들고, 소수를 멜로디로 변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죠.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원주율인 파이(π)에 음을 붙여 만든 파이송처럼 말이죠. 수학과 음악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연결해서 새로운 예술 형태를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



상상력을 키우는 또 다른 방법은 '만약' 게임이에요. 친구들과 함께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만약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만약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같은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상상을 공유해 보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상상을 들으면서 내 상상력의 한계를 깨닫고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어요. 기억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 이 '만약' 게임을 아주 많이 즐겼답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드림 세상'를 3컷 만화로 그려보는 것도 좋은 연습이에요. 첫 번째 컷에는 현재의 문제 상황을, 두 번째 컷에는 변화의 과정을, 세 번째 컷에는 이상적인 미래 모습을 그려보는 거예요. 그림을 못 그려도 상관없어요. 중요한 건 자신의 상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해 보는 경험이거든요.



상상력은 단순히 환상을 생각해 내는 능력이 아니에요. 현실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죠. 역사상 모든 혁신은 누군가의 상상에서 시작되었거든요. 전화기, 비행기, 컴퓨터, 인터넷 모두 처음에는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것들이죠. 1987년에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쳐>를 보면 지금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들이 그때에는 엄청난 상상의 산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찾고 예측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완전히 새로운 것을 상상해 내는 것은 어려워해요. 인간의 상상력은 논리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며, 때로는 전혀 관련 없는 것들을 연결하기도 해요. 이런 '비논리적 창의성'이야말로 AI가 가장 모방하기 어려운 인간만의 능력이에요.



다음 화에서는 이런 상상력을 바탕으로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려고 해요. 어떻게 기술을 선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함께 나눠요.



다음 화 예고 : 10대가 지구를 구하는 방법 - 기후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젊은 혁신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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