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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다시 볼 수 없었던

by HyehwaYim




저는 학교를 다닐 때 천체를 관측하는 동아리에서 생활했습니다. 지구과학에 대한 지식도, 관심도 부족했지만 친구들과 아지트에서 수다를 떠는 게 좋았습니다. 또 가끔씩 밤에 산, 절, 학교 주변에 가서 텐트를 치고 별자리나 달을 촬영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밤하늘에 떠 있는 것만 같고, 넘볼 수 없는 세계를 훔치는 달콤함도 있었습니다.


어느 절간의 옆에 자리를 마련하고 야영을 하면서 무언가를 기다렸던 적이 있습니다. 선배들도, 친구들도 그 순간을 고대했습니다. 시간이 다다랐고, 먼 곳의 하늘은 어둠에서 빛으로 번졌습니다. 원래 셀 수 없던 별들이 이제는 하늘을 빼곡히 채우고,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모두 나에게로 곧 쏟아질 것만 같아 두 팔을 벌려 다 오라며 시늉했던 날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죽기 전에 다시는 볼 수 없을 광경을 매 초마다 담으려 애썼습니다.


나의 마음에 고통이 자리 잡고, 나를 일으켜 줄 감정이 나쁜 일들에 잠식될 때 그때의 별빛들이 쏟아져 내립니다. 억지로 생각을 끄집어낸 적 없는데도, 미리 헤아려 마음의 불을 밝혀 줍니다. 나의 시늉을 괜한 짓이라 생각했는데 간절한 소원으로 받아 주신 것 같습니다. 소원이 이뤄진다는 건 말로 다 못할 기쁨입니다. 덕분에 나는 오늘을 살아낼 수 있는 까닭을 더합니다.


저만을 위한 별빛들은 아니겠지요. 살면서 두고두고 나눌 줄 아는 삶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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