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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낭비

공허의 바다

by HyehwaYim






제가 말이 참 늦습니다.

그걸 무관심하다, 답답하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재촉을 받을 때마다 고문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기어이 입을 벌려 말을 해 봤자 아무 소용없지요.

왜 나에게 혼신의 노력을 원했던 것입니까.


제가 여러 생각을 잘 못합니다.

그걸 무관심하다, 답답하다 생각하겠지만,

나는 재촉을 받을 때마다 머릿속이 타들어 갑니다.

잿더미에 덮인 것들은 아무런 형체가 없지요.

혹시 이런 걸 바랐다면, 오늘도 당신이 이겼습니다.


제가 화를 잘 안 냅니다.

그걸 무관심하다, 답답하다 생각하겠지만,

내가 화를 내지 않아야 당신도 출 것이지 않습니까.

나도 광기 어린 모습으로 똑같이 화를 내 볼까요.

상상도 안 해 봤겠지요. 당신은 화를 낼 수 있고,

나는 화를 내 서는 안 되는 관계라 믿었을 테니까요.


관계, 그건 대체 무엇일까요.

이 개념에 어떤 많은 이야기가 있길래 매번 어렵나요.

이해보다는 받아들여야 할 때가 더 많아 헷갈립니다.

좋았던 기억도 많지만, 나쁜 기억이 더 옭아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 내려놓을까요.


제가 괜한 말을 했어요. 다 삭히며 사는데 말이죠.

새카맣게 타는 속이 어디 저만 그렇겠습니까.

아는데, 알 법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계속 묻게 됩니다.

많은 자유와 선택을 누려 왔음에도 홀로 서지 못하네요.

단단하지 못하여 프고 서글픕니다.


괜찮아요, 이 삶의 한계란 것도 딱히 없더라고요.

익숙해지고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한도가 늘더라고요.

제가 이런 마음을 먹어야 당신들도 편할 거잖아요.

평소처럼 화내고, 압박해야 운한 마음이 들잖아요.

당신들은 그래서 좋고, 나는 한도가 늘어서 좋겠죠.

우리 관계는 강하지 않기에 균형 맞추나 봅니다.

이런 고민도 언제나 나만의 몫인데, 참 바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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