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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쁠 희 May 27. 2021

01 대학을 졸업하고 백화점에서 옷을 팔던 아이

대학을 졸업한 후, 캐나다에서의 내 첫 번째 직업



대학교 3학년 여름, 럭셔리 패션 회사에서의 인턴 경험이 나에게 얼마나 강렬했던지, '졸업하고 뭐하고 싶어?'라는 물음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줄 모르던 난, 그 이후 럭셔리 패션계로 뛰어들겠노라 다짐했다. 그때는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졸업만 하면 내가 원하는 회사에 입사해서 럭셔리한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한두 달 만에 그게 말도 안 되는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약 6개월 동안은 이력서와 커버레터(자소서)를 고치고, 매일 다른 곳에 지원했다. 하루에 적어도 10~15개의 공고에 지원을 했는데, 정말 단 한 군데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인턴 경력도 이 정도면 꽤 탄탄하다고 생각했는데, 몇 개월 동안을 이렇게 노력해도 연락이 오지 않자 점점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7개월째부터는 2,3개월 전에 지원했던 회사들에게서 전화 인터뷰가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게 무직 백수로 11개월이 지났을 때쯤, 집에서 가까운 한 백화점의 세일즈 포지션으로 2차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다행히 매니저와도 이야기가 잘 통했고, 바로 다음 날 입사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워낙 긴 취직 준비 기간으로 피폐해져 있었던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럭셔리 패션계에서 오랜 기간 일을 했던 어머니는 리테일 경험이 추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일즈 포지션으로 입사하게 된 것을 축하해주셨고, 나도 어떻게든 경력을 쌓아서 본사 직원이 되는 꿈을 꾸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나의 첫 커리어가 시작되었다. 




좋은 동료들을 만났고, 재밌게 일을 배워 나가고 있었지만, 나는 시간이 갈수록 현실을 알게 되어버렸다. 이 일을 해서는 본사에 갈 수 없었다. 이미 본사 사람들과 리테일 세일즈들 사이에는 너무나 큰 벽이 있었다. 매출을 직접적으로 만드는 세일즈들은 본사 사람들에게 그리 존중받지 못하였고, 매달 영업 목표액을 200% 채워냈음에도 불구하고 최저 시급에서 1달러를 올려 주지 않았던 시니어 매니저를 보면서, 내가 계속 이 곳에서는 꿈을 키워나갈 수 없겠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다음 이야기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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