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0000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운오 Aug 15. 2024

아침입니다

종종 꿈을 꿉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때쯤 깨어납니다. 이게 꿈이구나 싶으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꿈. 마치 크게 웃다가 그런 나를 보는 시선을 느끼고는 웃음을 거두듯이. 멀리 사라지는 꿈. 저 밑바닥에 있던 생각들이 위로 잠시 올라와 떠들다가 내 시선이 닿자 재빠르게 다시 바닥으로 치달리듯. 그렇게 꿈에서 깹니다. 아무리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도 떠오르지 않는 꿈. 그저 얕은 감정만 찰랑거립니다. 


어떤 날은 기억이 생생한 채로 깨어나기도 합니다. 아무리 머리를 세게 흔들어도 지워지지 않는 꿈. 그런 날에는 종일 울적해지죠. 꿈과 함께 눈을 뜬 온갖 기억이 밀려옵니다. 도무지 떨쳐 낼 재간이 없어요. 그저 휩쓸릴 수밖에요. 그래도 그런 스스로를 미워하는 일은 더는 하지 않아요. 힘들게 시간을 지나온 것도 울음을 웃음으로 바꾼 것도 저 이니까요. 가끔 떠오르는 어제는 떠오른 채로 둡니다. 그렇게 내버려 두면 다시금 저 멀리 어제가 될 테니까요. 


간 밤엔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모든 것이 휩쓸리는 듯한 소리에 잠도 달아나 버렸죠. 잠들기 전까지 저를 괴롭히던 생각도, 걱정만 가득했던 어제도 쓸려 내려갔더라고요. 다시 잠을 청합니다. 요란스러운 밤을 지나 다시 고요한 아침이 찾아왔어요. 쏟아붓던 비가 꿈이었는지 싶을 만큼 고요한 아침, 차분한 마음이 됩니다. 어제는 비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갔어요. 오늘은 비 덕분에 싱그러워졌고요. 


매일이 이렇게 놓여있어요.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요. 

2024. 08.15 목요일 아침입니다.(2024)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안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