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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쉬지요

by 다올

늦봄의 날씨가 변덕스럽다. 오전에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더니 후드득 비가 떨어진다. 푸드트럭 제작할 때 실수가 있었다. 물론 내가 제작한 것은 아니다. 앞부분에 오픈해서 올리는 부분과 본체 사이가 벌어져 있기 때문에 비가 오면 빗물이 안으로 떨어진다. 호떡판에 기름이 있다 보니 빗물이 떨어지면 사방으로 기름이 튄다. 서둘러 종이박스를 지붕 쪽에 올려본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비를 그렇게 임시방편으로 피해 본다. 철판 위로 떨어진 빗물은 물기가 다 사라질 때까지 계속 튄다. 손님들도 갑자기 내리는 비에 서둘러 갈길을 재촉한다.


이렇게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엔 마음이 편치 않다. 만약 노점의 푸드트럭이 아니었다면 비가 와도 당황하거나 기름이 튀는 일을 없을 것이다. 비는 쉬 그칠 것 같지 않다. 하늘을 쳐다보지만 하늘이 무겁다. 요즘은 일기예보가 잘 맞는다. 오늘도 세 시에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오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일기예보가 틀릴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어떨 때는 정말 분까지 맞을 때가 있다.


강제 휴식 시간이다. 보통 장사를 할 땐 의자에 잘 앉지 않는다. 손님이 없어도 바다 쪽을 보며 손님을 부른다. 푸드트럭 앞 의자에 앉아 계시 손님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휴대폰을 들어 유튜브를 연다. 요즘은 책 읽어주는 채널에서 단편소설을 듣는다. 작가들의 이름이 생경하다. 가만히 듣다가 웃기도 하고 어이없어하기도 하며 한 편 두 편 이야기를 듣는다. 빗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일찍 푸드 트럭 문을 닫아야겠다. 이런 날은 빨리 쉴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을 해본다. 비가 와서 장사를 못한다고 짜증을 내봐야 소용이 없다. 나는 웬만하면 이렇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한다. 얼른 트럭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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