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서 만난 Blue Noodle과 치앙마이의 The Gimbob
그제 올린 '다양한 아시아 밴드와 만난 태국 LABBFEST 첫 날'의 찐 주인공 Maras와 어쩔 수 없는 이별(?)의 아픔 때문일까? 새벽같이 잠이 깼다. 배는 출출하고, 아침은 먹어야겠고… 일단 무작정 나가보자.
어젯밤에 비가 부슬부슬 오더니, 길거리엔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고여 있다. 아직 아침 8시밖에 안 됐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더라. 그때 눈에 띈 낯익은 한글…
‘간보기’ 도발 가능성?!
한국 음식도 아닌데, 왜 바닥에 저걸 깔아둔 거야? 왜 북한 도발 신문을 광고판에 깔아놨대? 아님 무슨 피시앤칩스처럼 보이고 싶은 건가? 처음 치앙마이에 왔을 때 묵던 게스트하우스 근처를 가보니 여전히 쿠킹클래스가 한창이고 말야… 가만, 그럼 파란대문 국수집도 있겠네? 그 쪽으로 얼른 방향을 돌렸다.
치앙마이 타패 게이트 부근에 있는 ‘Blue Noodle’은 태국식 국수로 유명한 식당이다. 국수가 파란색인 건 아니고, 사방이 탁 트인 건물에 파란 지붕이 눈에 확 들어오는 국수집이다.
예전엔 그냥 ‘유명한 국수집’ 정도였는데, 이제는 미슐랭 스타까지 계속 갱신하고 있더라고.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은 줄이 진짜 길더라. 다들 아침부터 국수 먹고 싶어서 치앙마이 온 것 처럼 말야.
여긴 다들 갈비국수를 먹는데, 난 좀 오기가 생겼달까? 주로들 먹는, ‘Noodle Soup with Stewed Meet’ 대신, 얇게 썬 생고기를 육수에 바로 말아 내는 고기와 미리 삶아낸 고기를 함께 내는 ‘Noodle Soup with Fresh Beef and Stewed Beef’ 작은 걸 함께 시켰다. 딴 것도 또 먹어야지, 하하핫. 여긴 면 두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제일 가는 면부터 Sen Mee < Sen Lek < Sen Yai 순, 나는 어정쩡한 ‘Sen Lek’이 좋더라.
외국인이라 그런가? 고수를 너무 조금 넣어줘서 ‘More Phakchi!’ 신공을 외쳤는데 못 알아듣는다. 뭐, 그냥 먹어야지. 몇 년 전에는 ‘이게 태국 국수구나!’ 정말 맛있었는데, 이제 아시아 견문이 조금 넓어진 상태서 먹어보니… 태국 음식이라기 보다는 맛있는 중국식 우육면 느낌이더라. 태국 피시소스와 땡초를 좀 넣어주니 이제 싸왓디캅 향이 확 들어오는구만.
어우, 잘 먹었다. 숙소로 컴백해 두어 시간 밀린 일을 처리하다 보니 갑자기 고로상처럼 배가 고파지더라. 시간이 10시긴 한데, 바로 Labbfest 공연장으로 가자니 아직 좀 이르더라. 산책이나 하자.
치앙마이 골목을 여기저기 돌다 보니, 치앙마이는 변했어도 타패 게이트 안쪽은 정말 옛날 그대로인거 같더라. 거리도 평안하고, 오전이라 그런가? 추억을 확인하며 돌아다니는데 요상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음?!
‘The Kimbap’?
치앙마이에는 2013년에는 보이지도 않던, 한국 김밥집 ‘The Kimbap’이 떡하니 문을 열었더라고. 메뉴도 거창하다. 김밥에 불고기, 비빔밥 같은 대표 음식도 모자라 떡볶이와 라볶이, 김치찌개까지 다 있더라고. 후기를 보니 메뉴에 없는 음식들도 꽤 있다고 하는구만. 일단 반가웠던게,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김치찌개 향이 가득하더라. 고민하다 새로 추가됐다는 돼지고기 수육을 주문했다.
왜냐고? 순전히 참이슬 때문이지 뭐… 돼지수육에 쌈장과 상추쌈이라니! 거기 참이슬까지 한 잔 하니 천국이 따로 없구나~ 나 원래 해외에서 한식 먹는 거 정말 싫어하는 타입이었는데, 이건 너무 달콤하잖아!
상추쌈에 한 잔, 고기에 쌈장, 고추만 가지고 또 한 잔 들이키다 옆자리에 혼자 오신 한국 분과 합석해 김치찌개까지 얻어먹고 마시니 진짜 기분이 좋더라.
나 찐퉁 입맛 매국노였는데, 이제 나이가 들었나 보다 진짜… 알딸딸하니 기분 좋은데 얼른 샤워하고 Labbfest 마저 보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