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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을 위한 제망매가

닭닭탕, 새새탕, 좀 아니지 않나요? 그럼 곱도리탕이라 하질 말던가!~~

by Francis

닭도리탕 용으로는 10호 이상이 적당하지만, 왓에버~ 클수록 닭이 덜 부드러우니 그냥 10호를 사던가 사람이 많으면 크기가 적은, 6~8호 닭을 두 마리 사는 것도 방법이다. 아, 마트에서 닭도리탕 용을 살게 아니고 시장에서 닭을 사야한다면, 반드시 닭도리탕 용으로 손질해 달라고 하는 것을 잊지 말자. 양파, 마늘, 감자와 파만 있으면, 냉장고에 남은 뿌리채소나 단단한 채소는 대부분 괜찮다. 냉장고에 남은 당근과 고구마, 호박이나 먹다 남은 풋고추 등도 다 넣어주자.

tempImagev0UCKs.heic 닭의 크기를 비교한 예시 (출처: 집밥 백선생 28회 화면 캡처)

먼저 물을 끓이면서, 닭을 찬물에 씻고 핏덩어릴 제거한다. 닭의 굵은 살에 칼집도 좀 내주고… 샤워를 마친 닭은 끓는 물에 생강과 통후추, 설탕 6스푼 정도를 넣은 다음 닭을 넣어 한 소끔 삶아낸다. 이러면 잡내도 안나고 설탕 성분이 소금간을 잘 배게 해준다고. 2~3분 쯤 끓인 닭은 닭만 찬물에 담궈 잘 씻어 물기를 뺀다. 잡내 제거 전처리는 이걸로 끝!


이제 제법 깊은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달군 후, 데친 닭을 넣어 골고루 달달 볶는다. 아마 이쯤 되면 슬슬 닭 기름이 나올텐데, 표면을 골고루 익힌다. 껍질이 익고 닭기름이 제법 흥건해지면, 불을 절반으로 줄이고 고춧가루를 밥숟가락으로 한 스푼? 정도 넣어 고추기름을 만들어준다. 고추기름이 나왔다면 잘 돌려가며 닭을 볶듯 굽는다.


고추기름으로 골고루 구웠으면 거기에 진간장 두 스푼 정도 넣어 다시 한 번 볶아낸다. 그 다음 물을 닭이 2/3쯤 잠길 정도로 넣고 설탕을 티스푼으로 대여섯 스푼 넣어 팔팔 끓이기 시작한다. 이때, 채소 중 감자와 고구마 같은 것은 물이 끓지마자 넣어 같이 끓인다. 거품이 나면 다 걷는게 좋지만, 우리는 이미 초벌부터 잡내를 제거했으니 너무 신경쓰진 말자. 아, 이즈음 미원이나 다시다 같은 조미료도 한 티스푼 넣어주고, 쌈장도 한 스푼 잘 풀어주자. 없으면 된장 반스푼, 고추장 반 스푼? 이게 의외로 존맛이더라? 국물도 구수해지고 입에 착착 달라붙기까지….

tempImageMht6Vn.heic 이게 내가 생각하는 표준의 닭도리탕! (출처: kini'n creations https://kuduz.tistory.com/997 )

한 10분 즈음 팔팔 끓이다 보면 이제 감자의 상태를 보자. 젓가락으로 찔러 중간 정도까지 푹 들어가면 지금이다! 아니면 한 5분만 있다가 불을 2/3으로 줄이고, 졸아든 만큼 물을 부은 다음, 양파와 간 마늘, 숙주나 부추 등 남은 채소를 양껏 넣어준다. 굴러다니는 라면 사리나 떡도 좀 넣어주고. 이제 뚜껑을 덮고 한 5분만 끓였다 양파 숨이 죽었으면 잘 섞섞해서 먹으면 끝. 만약 집에 부르스타 같은게 있으면 넣을걸 다 넣은 후 물을 조금 더 넣고, 끓여가며 술도 한잔며 먹는 것도 좋다.


닭도리탕은 인기가 꽤 많은 밥반찬이나 술안주다. 닭 한 마리면 서너명이 넉넉히 먹을 수 있어 술안주로도 꽤 괜찮다. 닭고기에 국물도 먹을 수 있고 밥에 감자와 채소를 얹어 국물에 비벼먹을 수도 있으니까. 대학가나 동네 술집에 닭도리탕은 물론 묵은지나 곱창 등으로 배이에이션한 다양한 닭도리탕을 팔고 있고. 그런데 1992년, 국립국어원은 ‘닭도리탕’을 표준어에서 제외하고 다른 단어를 표준어로 올렸다. 바로 이거.


닭볶음탕


이게 뭐야?! 왜? 살펴보니… 도리가 새를 뜻하는 일본어 ‘とり’라 일본어의 잔재라는 이유. 아마 새 다섯마리를 모으면 5점이 나는 ‘고도리’ 같은걸 생각한 거 같은데… 그게 말이 되나? 흔히 말하는 ‘닭닭탕’이라는 뜻에서 이름을 붙인거도 아닐텐데.


표준어는 아니지만, ‘닭을 도리쳐 끓인 탕’이라 닭도리탕이라 부르는 게 맞는거 같은데? 도리치다가 표준어가 아니라고 하지만, 닭볶음탕은 뭐 표준어인가? 솔직히… 사람마다 느낌은 다르겠지만, 솔직히 닭볶음탕은 맛있어 보이지도 않고. 많이 좋아했던 닭도리탕이 자꾸 불합리한 이유로 이름을 잃어가는게 싫더라.


갑자기 ‘제망매가’가 떠올랐다.


죽은 누이를 기리는 신라 10구체 향가의 대표적 작품이지만 나한테는 갑자기, 그저 이름을 빼앗기고 강제로 개명당한 닭도리탕을 기리는 노래 라는 느낌이 드는건 왜지? 닭도리탕이 그 이름을 잃어가는, 이름 잃은 암탉요리 같더라고! 여러분이 생각한거 맞다. 왠지 잘 어울려서 제목 쓰다 보니… 이유가 없어서 갖다 붙인거 맞다.


여하튼 내 생각은 그렇다. 짜장면도 이제 같이 써도 되는 말로 바뀌었는데 좀 안되겠니? 아아, 그것과는 다르다. 그냥 닭볶음탕이 표준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해 줬으면 좋겠다. 닭도리탕 같은 뭐 이상한 말을 만드는 것 보다 확실하지도 않고 표준어도 아닌 다른 단어로 굳이 바꿀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아니 일단, 그럼 왜 ‘곱도리탕’은 ‘곱볶음탕’이 아닌데??? 국립국어원이 과연 이 말을 들어줄라나? 다. 그냥 내일 안주로, 닭볶음탕 말고 닭도리탕이나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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