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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어폰, 다 좋기만 한건 아님

소리 면으로 단점도 있어요~

by Francis

지난 12월 5일 업로드한 ‘요즘 2030, 왜 유선 이어폰을 쓸까?’가 (내 브런치 기준)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좀 얼떨떨한 가운데, 세 번째 이어폰 썰을 풀어가 본다.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들으면야 물론 좋겠지. 그런데 음악은 시각이나 공간 감각 등 다른 감정과 연결돼 있다. 힘든 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우연히 들은 음악을 평생 못잊는다거나, 놀러 가서 밴드의 라이브를 보고 팬이 되었다거나….


보통 ‘좋은 소리’는 ‘좋은 소리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주 듣는 음악을 좋은 소리로 들어본 뒤 더 많은 음악적 정보를 접해본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그야말로 ‘양질의 음원 천국’이잖아.


음악 분야 전문가들은 어떤지 몰라도, 보통 샘플레이트 44.1kHz 이상의 디지털 음원은 인간의 가청 주파수인 20kHz를 충분히 커버하기 때문에 아날로그인지 디지털인지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도 있었다.


MP3 듣는 게 무슨 음질을 따져?


예전에는 오디오 마니아들이 이런 말을 종종 했었다. 디지털 음원이 중구난방으로 떠돌아다니던 2000년대 초반 정도라면 일견 맞는 말이다. 당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MP3’로 대표되던 디지털 음원을 마구 공유하던 시절이었다. 엄청난 고음질도 많았지만, 전화기 음질 수준인 22.05kHz 정도의 파일도 꽤 굴러다녔다. 아무리 DAC랑 이어폰이 좋아도 무슨 소용이랴. 좋은 음원을 원음 그대로 들려줄 수는 있어도, 나쁜 음원을 좋게 살려줄 수는 없으니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2022년 기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69%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요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론적으로 아날로그 사운드에 근접했다는 FLAC급 음질 서비스도 있다. 그러나 이건 별도로 추가 요금을 내야 하고, 일반적인 무제한 정액제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격인 ‘멜론’은 320kbps, ‘애플 뮤직’은 256kbps, ‘스포티파이’는 320kbps를 제공하는 등 CD 수준에 버금가는 음질을 제공한다. 이 통계만 봐도 최소한 한국에서는 누구든 ‘모바일 하이파이’에 관심을 갖고 투자할 만하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은 일정 수준 이상의 음질로 음악을 듣고 있는 셈이니까.


‘좋은 소리에 투자하는 진짜 이유’에 써놓은 것처럼, 유닛의 급이 비슷하다면, 당연히 유선 이어폰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오히려 유선 이어폰이 소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바로 그 ‘선’ 때문이다. 뭐, 아무래도 치렁치렁하고 이동 중엔 여기저기 걸리기도 하니 좀 거추장스럽기는 하다.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유선 이어폰을 쓰는데 제일 걸리적거리는 것, 콩글리시로 터치 노이즈, 바로 ‘마이크로포닉스(Microphonics)’다.


귀에 인이어 이어폰을 낀 채로 걸어다니다 보면, 왠지 내가 걷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한 느낌을 받고는 한다. 이건 인이어 이어폰에서 특히 자주 나타나는 현상인데, 이게 마이크로포닉스다.

이어폰의 선이 펄럭이며 옷 등에 닿아 이어폰 유닛으로 전달되는 마이크로포닉스는 모든 이어폰에서 일어난가. 그러나 소리가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오픈형 이어폰에서는 거의 느끼기 어렵고 주로 인이어 이어폰에서 잘 둘린다. 날이 추워지면 윈드브레이커나 고어텍스 점퍼 등에 선이 닿다보니 마이크로포닉스는 더욱 커져 결국 음악 감상에 방해가 될 정도로 들리기도 한다. 아무리 깨끗하고 원음에 가까운 소리면 뭐 하나. 거기에 ‘착착’ 소리가 겹치는데….

그래서 보통 가격대가 있는 인이어 이어폰에는 사진과 같은 이어폰 라인 클립을 함께 제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클립으로 선을 고정하면 마이크로포닉스가 상당 부분 차단되거든.

또 인이어 이어폰을 귀에 낀 뒤, 선을 귓바퀴 뒤로 감아 늘어뜨리는 ‘오버이어’ 방식으로 착용해도 마이크로포닉스는 줄어든다. 라이브 무대에 오르는 댄스 뮤지션들이 하는 것처럼, 애초에 선을 옷 속으로 넣어 뒷목 쪽으로 빼서 귀에 꽂는 것도 추천이다. 몸에 바짝 붙어 있으니 마이크로포닉스가 날 일이 애초에 사라지니…

인이어 이어폰을 '오버이어' 타입으로 착용한 사진 (출처- 퀘이사존 https://quasarzone.com/bbs/qc_user/views/35148):


이어버드 정도라면 크게 상관없지만, Shure SE215만 해도 선의 재질이 꽤 단단하다. 소리를 이어폰 유닛으로 보내는 전도율은 정말 좋지만, 겨울에는 선이 딱딱해지면서 마이크로포닉스가 더 크게 들린다.

실제 이어폰 라인이 갈라진 예시 (출처: A2 Devlog https://ani2life.com/wp/?p=1016)

덧붙이자면, 추운 환경에서 꺾이거나 하면 외부 절연체가 깨지는 경우도 있더라. 혹시 Shure SE215처럼 이어폰 유닛과 선을 분리할 수 있는 인이어 이어폰을 쓰고 있다면, (음질이 저하될 정도의 막선은 제외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선을 사용해보길 추천한다.


이렇게 유선 이어폰 이야기를 3회에 걸쳐 떠들어대는 나는 정작 뭘 쓰느냐고? 음악 관련 업을 하지 않는 한, 나는 99%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을 쓴다. 그 이야기는 또다시 다음 회로 넘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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