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주기 전엔 몰랐던 것들에 대하여
20대 초반에 나는 빕스 주방에서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나름 직원처럼 생각하며 내 자리의 청결에도 신경을 썼다. 주방에서는 타이머를 자주 사용하여 음식의 오버쿠킹을 막고 놓친 부분을 보완한다. 그래서 타이머는 주방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날, 옆 라인의 형이 다가와 말했다.
"야, 타이머 청소 좀 해라."
순간 무슨 말인가 싶어 타이머를 보았지만 딱히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 나는 타이머가 당연히 깨끗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리둥절해하자 형은 내 라인으로 와서 물수건으로 타이머를 깨끗하게 닦고 비닐랩으로 감싸 원위치에 두었다. 그제서야 내가 사용하던 타이머가 얼룩지고 더러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식 준비를 하며 수십 번씩 누르다 보니 때가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나는 내 자리를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고 생각했기에 타이머가 더럽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 타이머의 청결은 신경 쓸 필요 없는, 당연한 부분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아이러니하게도 다른 라인의 타이머들도 눈에 들어왔다. 다른 곳도 나처럼 타이머에 때가 끼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타이머가 더러워진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을 수 있구나.'
업무 능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지만, 내가 놓친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내가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당연히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형이 말을 해주기 전까지는 타이머의 청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타이머의 상태가 눈에 잘 들어왔다. 이 경험을 통해 누군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타이머의 상태를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것처럼, 회사에서도 우리는 중요한 부분을 종종 간과하곤 한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이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일 수 있다. 내가 몰랐던 것처럼 알려주지 않으면 대부분 모르는 것 투성이다. 심지어 경력직이 와도 모르는 부분이나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면 그때부터 트러블이 발생한다.
"왜 당연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거지?"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니야?"
"일을 너무 안 하려고 하네..."
이러한 문제는 대화를 하기 전까지는 알기 힘들고, 소통의 부족으로 인해 나중에는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우리는 상대방이 모를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인지하며 대해야 한다. 그래야 사소한 것들로 감정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결국, 작은 배려와 소통이 원활한 협업과 좋은 관계의 시작임을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