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이에 대해 누가 물으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게 놀 줄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겠다. 나와 그녀는 27년 지기다. 긴 세월을 함께 하는 동안 나는 나보다 어린 그녀에게서 배운 것이 많다.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말이다.
그녀는 일의 경중을 가늠해 차례대로 늘어놓고 반드시 해야만 할 일을 먼저 빠르게 완벽하게 해치운다. 그렇게 번 시간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월 2회 미술관을 간다. 작품 감상을 위해서라면 두세 시간 거리의 먼 곳도 마다하지 않고 간다. 주 1회 글쓰기 모임과 영화 동아리에 참석한다. 주 2회 태권도, 발레를 배운다.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익히기 위해서라고 말한 적은 없다. 매일 저녁 헬스장에서 무게를 치며 빛나는 글쓰기를 위한 글감을 구상하고 러닝머신 위에서 자신이 왜 이리 바쁘게 사는가 고민을 한다. 민이의 이런 삶은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며 그녀는 이것들이 자신을 즐겁게 해주는 일이라 믿고 있다.
민이의 운명 여정수는 메이저 8, 힘 카드다.
운명 여정수를 찾는 법은 간단하다. 자신이 태어난 해, 달, 일을 알면 된다. 그녀의 실제 생년월일을 공개할 수 없으니 다른 분의 예를 든다.
가령 1935년 3월 8일이라 치자. 여기서는 양력을 말한다. 모든 수를 더한다. 1935 + 3 + 8 = 1946
운명 여정수를 찾아보자.
1946 , 하나하나 더한다. 1 + 9 + 4 + 6 = 20
운명 여정수는 20이다. 20번 카드는 심판 카드다.
1-21까지는 숫자 그대로 메이저 카드를 쓴다. 22는 0번 카드를 쓴다. 23부터는 숫자 각각을 더한 합을 쓴다. 가령 29다. 그럼 2 + 9 = 11, 11이 운명 여정수다. 메이저 11번은 정의 카드다. 타로 카드가 없더라도 자신의 운명 여정수를 찾아보자. 카드의 이야기를 찬찬히 따라가면 겉으로 표현하지 않았던 자신의 내면과 닮은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이제 메이저 8번 힘 카드를 읽어보자.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노란색 바탕에 여성과 사자가 있다. 사자는 백수의 왕, 남성성을 나타낸다. 여성은 연약함, 부드러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여성이 위에서 사자를 힘에서 힘으로 제어하는 느낌이 든다. 두 힘이 부딪히는 느낌이지만 여성이 주도성을 갖는다. 둘이 밀접한 관계이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카드는 두렵지만 용기를 낼 때 나타난다.
민이의 운명 여정수는 메이저 8 힘이다. 용기 있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 일상에서 운명 여정수가 자신을 투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태도에서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보일 때가 있다.
민이는 도시생활자다. 서울이 좋아서 종로구에 산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최소한의 밥벌이를 하러 다닌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작은 골목과 상점, 궁궐들을 돌며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눈에 담는다. 회사를 그만두어 서울에 살 형편도 안 되는데 서울에 산다. 사대문 안의 작은 원룸에서 월세살이를 하지만 행복하다고 한다. 냉장고도 없이 산다. 혼자서 산다. 가볍게 단출하게 산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말하며 산다.
그녀가 현대판 문명의 이기들을 최소한만 사용하면서 홀로 담백하게 살 수 있는 건 용기 있기 때문 아닐까? 그녀가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즐겁게 서울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인내심과 포용력이 있는 메이저 8 운명 여정수를 가졌기 때문이라 여긴다. 최소한의 것으로 단단하고 자유롭게 사는 그녀, 이것이 그녀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