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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델링 Aug 15. 2024

지금은 가볍게 달립니다

메이저 0  지팡이 여왕 컵 9

- 질문이 무엇인가요? 아직 마스터가 아니라 복잡한 질문은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간도 꽤 걸립니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 하는 일이 힘들어 다른 일을 하고 싶습니다.

- 그렇군요. 요즘 어떤지 한번 볼까요?

- 카드 3장을 뽑으세요.


익히 알고 지내는 사이지만 어색하다. 별다방 쿠폰을 받고 상담을 하다니... 근처에 타로 카페가 있는데 굳이 내게 질문을 가지고 왔다. 받은 쿠폰을 돈으로 환산하면 성업 중인 카페보다 비싼 값이다. 괜히 조심스럽고 불안하다. 전문가도 아닌데 이래도 되나 싶다.


그녀는 단단하고 묵직한 사람이다. 하고 싶은 건 반드시 하고 마는 사람이다. 확실하고 현실 적응력도 뛰어나다. 직장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잘 지내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 그녀도 이제 지치고 에너지지가 고갈되었나 보다.


그녀가 뽑은 카드는 메이저 0 바보 카드, 궁정 카드 지팡이 여왕, 마이너 9  카드다.  장을 나열하니 밝고 기분 좋고 활기찬 느낌이 든다. 고민처럼 어렵고 힘든 기운은 없다.


원인 과정 결과 순으로 해석한다.

바보카드는 원인이다.

지팡이 여왕은 과정, 컵 9번은 결과가 된다.

바보 카드는 자유로움, 순수한 충동, 예측이 어려움, 생명력이 넘침으로 해석한다.

지팡이 여왕은 의지, 힘, 열정, 에너지의 충만함, 상황을 지키고 자기를 보호하며 견디는 힘이 있음을 말한다.

컵 9 카드는 만족스러운 상태, 편안함, 풍부한 감성을 지녔음을 의미한다.


세 장의 카드로 볼 때 현재 하는 일은 그녀에게 적합하다. 다만 오래 근무했고 익숙해진 일이라 감동이 없을 뿐이다. 타로 카드는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녀는 일을 바꾸거나 그만두는 것보다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타로 카드가 무엇인가를 결정해 주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할 뿐이다.


그녀는 달리기를 다. 매일매일 거르지 않고 날씨에 상관없이 달린다. 먹이고 입히는 일을 무리 후 닝화의 끈을 조인다. 밝음이 조금 남아 있는 하늘을 보며 준비운동을 한다. 초등 운동장에는 어르신들이 걷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안부를 묻고 답다. 그녀에게 보이는 관심은 좀 과하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없다. 아주 예전부터 달리고 싶었다고 한다. 뭔가 불만이 있어서는 아니라고 한다. 위염이 재발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할 수 있단다. 나직하게 달리면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단다.


달리기를 하는 소모임에 가입할까 고민도 했다. 직장생활과 육아로 들쭉날쭉한 일상 패턴을 감안하면 효율이라 포기했다. 그래, 달리기는 혼자 하는 운동이지 하며 달리기를 위한 준비를 했다. 구글앱에서 달리기를 시작하는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찾고, 앱을 내려받고 그 방식에 따라 매일 저녁 운동을 했다. 기계가 시는 대로 하운동장 한 바퀴 100m 돌지 못하는 자신이 달릴 수 있게 되었단다.

음은 10분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게 거의 걷는 속도로 시작한다. 달리다 힘들면 1분간 걷고 다시 달린다고. 그러면 10분간 달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30일을 하면 달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30분을 걷고 달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더불어 몸무게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동반된다. 이때부터 나도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다.


그녀는 달리면서 권태로움을 견디고 있다. 가슴이 뻐근할 만큼 뛰면서 처음 입사했을 때를 생각한단다. 스스로 번아과 무기력을 극복하고 있으면서 굳이 내게 와서 타로 카드를 뽑은 이유를 생각한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지금 이대로 계속해도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라 여긴다.


나는 리기신체를 움직여 고통을 받아들이는 행위라 정의한다. 심장 뛰는 소리가 자신의 귀에도 들릴 만큼 뛰 위안을 얻는 가학적인 행위다. 그녀는 자신리기를 어떻게든 삶을 멈추지 않고 기분 좋게 유지할 체력을 증강시키는 행위라 여긴다. 그 정의가 무엇이든 우리는 일정한 속도로 확실하게 두 발을 디디고 살아가면 충분하다. 가차 없이 냉정한 현실이 비록 심장을 쥐어짜더라도.

그녀의 달리기는 충분히 좋지 않지만 결코 나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힘이다. 열심히와 성실히, 그 부지런한 일상을 보여주는 행위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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