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수사적 표현이지만 대체할 수 없는 감동을 주는 문장이 있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뉘운 날. 창문 너머 햇빛을 맞아내는 곧고 풍성한 나무들. 바닥을 뒹구는 낙엽의 모습이 회색빛의 아스팔트를 캔버스삼아 색을 그려냈다.
흔들리는 들꽃의 음율에 맞춰 설레이는 내 맘이 좋다. 깊은 밤, 두 어개 정도의 불을 끄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를 들으며 일기를 적어내는 이 시간이 좋다. 침대에서 책을 읽으며 가난한 사색에 빠지는 내가 좋다. 엘엘빈 헌팅자켓에 붙여낸 거북이 모양의 나바호 브로치는 꽤나 마음에 든다. 한 뼘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찬 바람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적절히 조화롭다.
흔한 문장과 일상의 소중함을 조용히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