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비를 켜고 아버지는 천천히 차를 몰아 서울을 빠져 나갔다.
혹시라도 나의 발작이나 고통이 시작되지 않을까 싶어서 인지 차안에서도 힐긋 거리며 뒷자리의 나의 동태를 살폈다.
경기외곽의 산들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조금 마음이 편안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같이 있다는 것에 안도와 위안을 얻는 다는 것이 나는 마냥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하기도 했다.
높은 교각으로 지나는 도로에서 바라보는 모습들이 산속에도 논 밭 옆으로도 아파트 단지들이 높이 올라서서 풍경은 생경스러웠다.
드믄드믄 산속에는 요양원이라는 건물이 생뚱맞게 보이자 순가 나는 조금 긴장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혹시 나를 어느 시설같은 곳으로 보내려고 작정을 한 것은 아닌지 돈까스를 먹으러 가자고하며 치과를 데려가던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다행히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차를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평범한 빌라촌이였다.
지나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혹가다 보이는 것은 한 두명씩 짝을 지은 노인들이 산책을 나온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사층을 뚜벅이며 올라가니 현관문이 살짝 열려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여는 가정집과 다름없이 거실에는 쇼파가 있고 정갈한 분위기 였다.
허름한 외곽의 깃발이 흔들리던 상가주택의 이층을 상상했던 나는 의외로 마음이 편안해 졌다.
현관 앞까지 나와 우리를 맞이한 그녀는 한복을 입은 왜소한 여인이었다. 머리는 쪽을 지어 머리를 뒤로 넘겨져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나 기운이 뭔가 남다르지 않을까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힐긋 보았지만 예쁘장한 새댁같은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남산국악당에서 막 공연을 맞치고 내려오는 국악인 같기도 했고 연예인처럼 작은 얼굴과 호리한 몸매가 한복저고리 위의 어깨선으로 드러났다.
"오시느라 힘드셨죠?
"네 괜찮습니다 생각보다 찾기 쉽네요"
"잘 찾아오셨네요 이리로 잠깐 앉아서 쉬고 계세요 준비하면 말씀드릴게요"
쇼파에 앉은 아버지와 어머니도 처음 경험이신듯 말이 없이 집안을 두리번 거린다.
방안으로 들어서자 앉아 있는 여인의 뒤로 긴 제단이 있었다 음식들이 올려진 그 뒤로는 여러 신상들이 있었다. 조악해 보이기지만 그래서 더 무서웠다. 하나 같이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형형색색의 신상들이 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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