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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事

by 승환

누가 나에게 강요하거나 억압한다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실상은 선의에 의해 의견을 내고 조언의 이름으로 쉽게 말을 하지만 세상일이 시비가 흐릿하고 모호한 일들이 대부분이다.

어차피 혼자사는 인생이라고 말은 쉽게 하지만 혼자서 사는일이 가능은 할까 모르겠다. 그럼에도 타인의 생각과 논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기껍지가 않다.

실상 문제의 해법이 명확해도 태도나 뉴앙스에 의해 반발심이 생기고 본의는 가려진다.

부부나 친구간의 다툼이나 불화도 그 씨앗은 의심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를 무시한다는 기분 상대가 나보다 우월하고 나를 우매하고 모자르게 생각한다는 자존심의 발로가 발단이다.


요즘 말이 많은 아니 원래 페이스북이나 sns는 말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쿠팡의 새벽배송에대해서 왈가왈부하느라 시끄럽다.

가방끈 길고 책깨나 읽은 분들은 어렵고 현학적으로 이런 저런 말을 풀어 놓으며 사회구조니 의식개혁까지 거창한 말들을 내놓는다.

근로시간의 법제화는 사회문제이고 경제문제이고 정치문제이다.

소속된 근로자에게 야간근무가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만약에 개인의 의사에 반하게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제대로 급여의 보상을 해주지 않는 것은 법이나 제도의 관여가 필요한 일이 맞는 일이다.

자영업자로서 야간에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금지하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새벽배송말고도 야간에 근무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언급 조차 되지 않는다.

실제로 새벽배송이나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이 낮에 충분이 돈을 벌 수 있으면 선택했을리는 만무하다.

제도적이나 구조적인 억압으로 그들을 몰아갔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은 일부는 이해되어도 그것이 전부라고 할 수는 없다.


실제 경험도 안해보고 자신은 할일도 할 마음도 없는 야간근무나 새벽배송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렇게 비친다.


명절에 친척들이 모두 모여 덕담으로 한다는 말이 올해 수능에는 잘봐서 서울대를 가라고 재수하는 조카에게 이야기를 한다던지 사십이 다된 노총각 노처녀에게 왜 시집 장가를 안가냐고 다그치고 훈수하는 일과 비슷하다.

자신이 학원비나 결혼자금에 쓰라고 전세값정도 탁 하고 밀어줄것도 아닌데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다.


하다 못해 새벽배송하는 이를 걱정한다면 여름에 얼음물 음료캔하나 문앞에 놓아주는 일을 퍼트리거나 그들의 안전을 위해 동선의 편리함과 야간한정 아파트진입을 수월히 한다던가 그런일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야간의 노동을 육체적인 것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늦은 시간 마감에 쫒겨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악보를 그리는 사람들, 24시간 열어놓은 편의점들과 수험생들은 어떠한가?

창조적 활동과 육체노동은 별다른 것인가 그 둘을 구분할 수 있을까 새벽배송을 하여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과 창조적활동이라는 미명아래 보호받지 못하고 생존의 방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은 수 일까?


"2020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젊은 작가인 박모양이 늦은 시간 창작활동을 이어오다가 갑자기 돌연사를 당했습니다. 최근 밤을 세워 수험공부를 하거나 야간작업을 하는 젊은이들이 급사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야간 알바뿐 아니라 및 창작인들에게 늦은 시간 집필과 구상을 금지하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하겠습니다 "

이런 뉴스가 나오는게 맞는 것일까?


노동의 문제라기 보다는 선택과 자기결정의 문제로 봐야 할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이 내몰린 일들은 없는지. 고용관계의 부조리들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일이 영 아니면 사람들은 취업하거나 노동으로 끌여들일 수 없다.

지방의 공장들이 취업난에 허덕이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쿠팡의 물류센타에서도 수시로 사람을 뽑지만 힘들다는 것이 소문나면서 남자알바들이 사라지기도 한다.

사업주의 입장에서는 왠만하면 야근이나 야간작업을 원하지 않는다. 인건비를 1.5배 두배 주면서까지 수지가 많는 사업이란게 별로 없다 만약있다면 점차 자동화내지는 생산로봇이 투입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란게 너무 자명하고 눈에 보이는 일이다.

낮시간에 모든 사람이 일하고 부유하게 되는 직업으로 일하는 세상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세상의 부는 늘 부족하고 한 쪽으로 몰린다.

인간의 욕망을 재단하고 통제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한 일인지 모르겠다.

경제나 정치가 어려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민족이다.

잘난 것 없이 욕망만 크고 욕심이 사나운 사람일지 모른다. 반면 타인의 성공과 부를 동경만 하고 부러워만 하지 않는다 성공한 이들과 부자게에 적개심같은 마음이 있지만 스스로에게 분노를 느낀다. 그것이 우리가 성장해왔던 근본이었을지도 모른다.

집값을 잡는다고 규제를 마구할 수록 사람들의 욕망은 더 간절해진다. 온갖 편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포기하지 않는다.

금주와 금연령이 내릴 수록 더 몰래라도 하고 싶어 한다.

열심히 살고 무리를 해서라도 일하는 사람의 욕망은 잡을 수 없다. 아니 잡아서도 안된다. 차라리 제도에 안착해서 자정이 되도록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이를테면 우리는 새벽배송이 편리하다고 느끼는 점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이다 너무 싸고 너무 편하다는 것

새벽배송의 요금이 현실화 내지는 인상이 되어도 충분히 수긍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익의 배분과 수익구조를 현실적으로 기업이 아마 쿠팡이 다 가져가겠지만 독과점을 국가과 관리해야 할 것이다.

공생을 외치며 기업형 마트의 주말휴무를 강제하였지만 재래시장이 과연 그것으로 살아남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결국은 기존 마트를 누른 효과가 쿠팡이 독점하는데 일조를 했을지 모른다.

집 앞에 마트에서도 예전처럼 배송이 다시 재개되고 가격이 더 저렴하다면 쿠팡은 배송비를 깍지 못할 것이다. 배달앱도 마찬가지이고 경쟁이 없는 곳은 독과점이 일어난다. 농수산물의 도매센타라던지 휴게음식점, 민자도로들, 모두 독식한 자들만 배를 불린다.

머지 않아 배송일은 사람에게서 기계가 대신하여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과로로 죽은 이들은 마음이 아프지만 모든 일을 침소봉대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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