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를 꼼꼼히 닦는다
식기세척기 안을 채우고
그 틈으로 뿌듯함을 마저 메운다.
당신을 사랑하는 만큼 문지른다.
손끝에 미끄러질 만큼
당신과 나의 사이,
작은 이물질을 놓치지 않았다.
물 아까운 줄 모르고
아직도 어설프고 서툴다는
말들이 날 선채 날아온다.
어설픈 설거지는 나의 사랑이었다.
나는 설걷이를 사랑한게 아니라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이
어설픈 사랑을 비웃는 듯
얼굴이 달아 오른다.
세탁기는 아직도 낯설고
계란말이는 늘 부숴진다.
당신은 늘 나의 고백보다
완벽한 결과를 믿는다
연리지를 흉내낸 덩쿨처럼
나는 당신 몸에 매달린다.
닿았다고 믿은 우리 사이는,
비 맞은 거미줄처럼
빈 껍데기들만 흔들린다.
세척이 끝난
접시를 마른 행주로 닦는
당신의 손길이
나를 다시 뽀송하게 만든다.
당신의 눈이 찡그리면
내 입술이 이그러진다.
당신이 떨구는 눈물은
내입속을 먼저 적신다.
서로를 원망하며
서로가 닮아간다
목소리가 엉켜
누구의 소리인지 모른 채
조건반사처럼, 움찔거린다.
비어 있으면서도
깨질까 봐 닿지 못하고,
투명한
두 개의 유리잔
오늘도 해야할 사랑이 있어
접시를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