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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한 날

친구

by 승환

친구



친구는 잘 살고 있냐고 물었다.

나야 잘 살지 너는 하고 묻는다.

사실 그냥 그렇지하고 말해야 할 걸 그랬다.


친구는 힘이 들다고 말하면서 힘이 들어보이지 않는다.

나는 안힘들다고 말했지만 힘이 들었다.


아팠다고 지금도 아프지만 나아간다고

친구의 얼굴은 더 갸름해졌고 머리는 예전처럼 흑발이 되었다.

백발의 나는 살이 올랐고 어디가 아플지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것은 친구가 아니라 내 속이었지만

궁금한 건 친구였다.


친구는 꿈이 있다고 소박한 꿈을 이야기한다.

나도 꿈이 있다고 말했다.

꿈같은게 생기지 않았으면 좋을 꿈이였다.


우리는 할게 없어서

밥을 먹었고 술을 마신다.

각자가 답을 알지만 불안한 이야기들.

꺼내 놓은 이야기들은 조금씩 식어간다.

아마 우리는 그냥저냥 흘러갈 것이다.


마주보고 앉아서 우리는 각자가 하고픈 말들만 골랐다.

들어주었지만 하고픈 이야기가 더 많아서 밤이 깊어진다.

사는게 참 후진데 그런대로 괜찮아지기도 한다.


했던 이야기를 또한다.

전에도, 또 그전에도 했던 이야기

집에 가야겠지

나도 이제 집에 가야지


하나도 닮지 않은 거울을 보면서

나는 네게,

너는 내게

무엇을 확인하려 했을까


돌아오는 길가엔

가로등이 고갤 숙이고

어둠을 밀어 놓는다.

비어있는 환한 공간은

늘 우리 것이 아니었었지.


사이코드라마처럼

만남은 막이 내리고

서로의 역할이 아쉽게도

끝이났다.


한 사람이 사라질때

흔들리는

발걸음이

제자리에서 머문다.


또 살아야지

나도

또 살아야지


우리,

아직 주인공처럼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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