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하늘이 유난스런 밤이
천천히 물러갔다.
창마다 불이 켜지며
소리 없는 아우성 속,
설레던 밤은
아주 먼 전설처럼
가물거리기만 한다.
눈은 말없이 스러졌다.
거리를 덮던 하얀빛은
신기루처럼 무너지고,
하루를 견디다
투명하고 어두운
그림자로 남는다.
골목의 그늘 아래
축축한 바닥에는
머리 없는 생선 몇 마리가
느릿하게 굴러다닌다.
생의 비루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냄새가
코 끝을 스친다.
첫눈처럼
갑자기 내게 내려왔던 사람,
오래된 연인의 몸에서는
옅은 비릿내가 번진다.
꺼내지 못한 마음의
골마지를 조용히 걷었다.
오늘, 말라가는 시내처럼
바스러져 흐르는 하루를
또 지나보낸다.
파닥거리다
조금씩 허물어지는
그 몸을
다시 꼭 안아본다.
우리는
첫눈이 내렸던 저녁을
아직 잊지 못하고,
비릿해지는 서로를
끝내 견디지 못해
눈물이 자꾸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