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번아웃 로그아웃 > 서평
다른 직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일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에게 ‘피로’는 일상처럼 느껴집니다. 따라서 ‘번아웃’은 그저 남 얘기로 넘길 수 없는 주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체로 힘든 환경에서도 버티고 이겨냅니다. “다 그렇지 뭐”,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하면서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처음 병원으로 향하는 출근길에서 느끼던 상쾌한 공기가 이제는 무덤덤하게 느껴집니다. 대단히 힘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언가 몸 안에 에너지가 빠지는 느낌이랄까요.
그럴 무렵 < 번아웃 로그아웃 >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엔 그냥 ‘요즘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는구나’라고 넘길 뻔했지만 책장을 한 장, 또 한 장 넘기면서, 마치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듯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번아웃을 극복하는 방법과 지속가능한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번아웃은 모든 사람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번아웃이란 무엇이며, 번아웃을 넘어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는 실행 가능한 해결책이 무엇인지 읽어보았습니다.
책의 저자는?
크리스티나 매슬랙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명예 심리학 교수이자 널리 통용되는 ‘매슬랙 번아웃 척도(MBI)’의 공동 창안자로서 번아웃 분야 최고 권위자로 유명하다. 1997년에는 올해의 교수로 선정되었고, 2020년에는 번아웃에 관한 저술로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과학 저술상을 수상했다. 2021년에는 <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비즈니스를 혁신하는 100인 중 한 명’에 포함되었다. 저서로 < 번아웃 >, < 번아웃에 대한 진실 >이 있다.
마이클 P. 라이터
: 호주디킨대학교 조직심리학 교수이며 아카디아대학교에서 직업 건강분야의 캐나다 연구 의장을 역임했다. 조직심리학자이자 직장 내 번아웃을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한 저술 활동과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저서로 < 번아웃에 대한 진실 >이 있다.
번아웃이란.?
1970년대에는 보건의료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업무와 관련해서 느끼는 위기 상황을 설명할 때 번아웃이라는 용어를 썼다. 이 책의 공저자 매슬랙은 연구 프로젝트를 위해 보건의료 노동자들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번아웃이라는 용어를 빈번하게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마 후 매슬랙은 연구 주제를 번아웃으로 변경했다. 그는 1981년 수전 잭슨과 번아웃 경험을 측정하는 도구인 매슬랙 번아웃 척도 MBI를 발표했다. 그 후 우리 두 사람(라이터와 매슬랙)은 세 가지 연구를 함께 했다. 매슬랙 번아웃 척도 개정 버전과 직무 적합성 진단표 AWS를 개발하는 일, 세계 각지의 학자들과 번아웃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일, 그리고 번아웃에 관한 첫 공저를 집필하는 일이다. 1997년에 첫 책을 출판한 이후 우리는 수많은 조직에서 번아웃 증상을 조사했다.
근무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노동자는 감당하기 힘든 기력소진, 냉소주의와 소외감, 낮은 직무 효능감에 시달린다. 번아웃으로 알려진 3대 증상이다. 번아웃 증후군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여러 문제를 장기간 겪을 때 발생한다.
번아웃 증후군의 요인 3가지는.?
개인이 겪는 번아웃 증후군을 판별하는 진단 도구로 우리는 매슬랙 번아웃 척도 MBI를 이용한다. 오랜 기간에 걸쳐 과학적 기준에 따라 이 진단법을 개발했다. 매슬랙 번아웃 척도는 기력소진, 냉소주의, 효능감 저하 이렇게 세 영역에서 번아웃 증상을 측정한다.
첫째 영역에서 진단하는 '기력소진'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나는 반응으로 대개는 직장생활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징후다. 이 영역에서는 신체 및 정신 건강 상태를 다룬다.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부족하고, 직무 요구는 과도하다고 느낄 때 일에 짓눌리는 기분이 든다. 기력소진은 에너지 고갈, 심심쇠약, 피로, 탈진 같은 용어로 묘사되기도 한다.
둘째 영역에서 진단하는 '냉소주의'는 직장생활 곳곳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이고 냉담하고 지나치게 무감각한 반응을 가리킨다. 기력이 소진한 상태이므로 처음에는 자기 방어 차원에서 나오는 반응일 수 있다. 일에 '거리를 두고' 관심을 두지 않음으로써 정서적 충격을 줄이려는 의도다. 많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 보면 결국에는 지쳐하던 일을 줄이고 감정을 차단한 상태에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냉소주의가 심해지면 최선이 아니라 최소한만 일하는 쪽으로 업무 태도가 바뀐다.
셋째 영역에서 진단하는 '효능감 저하'는 무력감을 느끼는 현상과 업무 생산성 저하, 성취감 감소를 가리킨다. 건강한 노동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한다는 직무 효능감을 지닌다. 하지만 직무 수행에 이용할 자원이 불충분하고, 자신을 격려하고 지원하는 동료나 상사가 없으며, 전문성을 개발할 기회가 부족하면 직무 효능감이 감소한다. 직무효능감이 감소하면 진로를 잘못 선택한 기분이 들고, 자신이 혐오하던 부류의 인간으로 변하가는 기분을 느낀다. 타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대하는 빈도가 늘면서 자신감을 잃고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효능감 저하'는 성취감 저하, 무능력, 의욕 감소, 대응 능력 상실로도 나타난다.
개인이 번아웃에 대처하는 법
첫째, 번아웃을 일으킨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둘째, 인간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고 이를 개발할 능력이 있다고 전제한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율성과 잠재력을 인정한다.
그 외에 건강관리, 충분한 수면, 휴식하기, 나를 들여다보기, 새로운 역량 개발하기, 직무를 잠시 멀리하기, 사람들에게 도움받기 등이 있다.
조직 차원에서의 해결방안
- 지속가능한 업무
- 다양한 선택지와 재량권
- 사회적 인정과 보상 만족
- 협력하는 조직 공동체
- 상호 존중, 공정한 기회와 절차
- 가치관 일치와 의미 있는 운동
여섯 가지 영역에서 직무 불일치 정도를 분석하고 개선 기회를 찾는 방법은 기존 틀에서 벗어나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이점이 있다. 여러 관점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면 오랫동안 당연하게 수용하던 생각이나 업무 절차, 별로 효과도 없는 '그렇고 그런' 관행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독자의 입장에서 번아웃 로그아웃을 읽고 느낀 점
어느덧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지도 10년이 넘어가는 듯합니다. 지난 10년이라는 세월이 어찌 보면 강산이 몇 번은 바뀌었을 시간이지만 간호사의 처우개선과 인식은 여전히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자면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의사 및 다양한 의료 직역 간의 잘못된 소통과 이해관계로 인한 문제들이 충돌하면서 간호사들이 겪는 문제들은 잠시 이슈가 되었다가 조용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최근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간호 인력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히 업무 강도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업무를 처음 배우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높고, 적응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 과정에서 인간관계나 조직 분위기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게다가 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한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교대근무 속에서 충분한 회복이 어려운 날도 생깁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일에 대한 집중도와 만족도가 자연스럽게 낮아집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협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이나 역할 수행에 있어서는 여전히 한쪽에 치우친 구조가 존재하는 편이며, 그로 인해 자신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습니다. 노동의 양이나 책임에 비해 보상 체계가 체감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시간 외 근무나 추가 업무가 많아질수록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런 조건 속에서 장기적으로 일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력 이탈이 이어지면 남은 인원들의 부담이 커지고, 다시 신규 인력이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전문직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려면, 법적·제도적 기반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논의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또한 업무의 성격상 여러 직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경우도 있어, 현장에서 갈등이나 혼선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각자의 역할이 잘 조정되지 않으면, 전반적인 효율성과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료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늘 사명감이 강조되지만, 정작 그들이 체감하는 환경과 지원은 그 기대에 비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근본적인 인식 변화와 현실적인 제도 정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평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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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번아웃 로그아웃 >은 그동안 소리 없이 지쳐가던 저에게 위로를 건네준 책이었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 노동과 삶에 관한 각자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