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그동안 미뤄왔던 책장을 정리하는 듯한 시간이었다. '이런 책이 있었나?' 하며 새 책을 발견하는 것처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였고, 재밌게 본 책인데 오랜만에 발견하는 것처럼 오래된 친구들을 정말 오랜만에 만나기도 하였다. 그런가 하면 자주 보던 책처럼 매일 보는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하기도 하였다. 또 펼쳐보지 않았고, 볼 수 없었던, 꽁꽁 숨겨두었던 일기장과 마주하기도 했다.
어떤 것이든 정리를 하는 데에는 꽤 큰 품이 든다. 그게 결심이든 용기든 시간이든 말이다. 미루고 미뤄왔던 책장을 정리를 결심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들과 시간이 필요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정말 많이 아팠고, 후회했으며,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단단해질 수 있었고, 후회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고, 나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정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용기를 가질 수 있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장 옆에서 새 책들과 친해질 것이며, 오래된 책들을 더욱 가까이 두고 싶다. 매일 보는 책들은 더욱 소중하게 대할 것이다. 정리했던 책들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소망과 함께 소중하게 대해 줄 주인과 만날 수 있도록 예쁘게 담아 보내주려고 한다. 더 이상 펼쳐보지 않았던 일기장은 먼지를 털어 책장의 깊숙한 서랍에 두고 가끔은 꺼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