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만들고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님들과 브런치 북 함께 쓰기 브북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다. 알던 작가님도 계시고 새롭게 알아가는 분도 계신다. 첫날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자기소개 글만 읽는데도 글 잘 쓸 것 같은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카톡 메시지 몇 줄에도 자신과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명료하게 표현해 낸다. 무엇을 쓸지 모른다 하더라도 어디까지 모르고 또 어느 지점에서 고민 중이라는 글 쓰는 자의 메타인지가 돋보인다.
작가님들의 소개와 개성 넘치는 계획을 보니 하나같이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경험도 장르를 넘나드는 능력도 부러워진다.
사실 브런치 북 완성하는 모임은 나도 처음이다. 혼자서 완성해 본 적은 있지만 함께 하자고 적극으로 움직이는 일은 번거로움, 귀찮음 보다 더 큰 허들이 있었다.
'너 뭐 좀 되니? 브런치 대상이라도 타본 거야?' 하며 내면의 자아가 너 자신을 알라면서 훼방을 놓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의 유난히 길던 폭염과 기록적인 전기요금에 잠시 이성을 상실했는지 이번 13회 브런치공모전 공지를 보면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있어보자. 대상 수상자들은 이런 스터디를 열 필요가 없지.(내가 모르는 건가?) 공시생스터디, 임용스터디 같은 걸 봐도 합격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잖아? 모든 스터디는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하는 거라고!'
언뜻 들으면 그럴듯한 이 논리에 스스로 설득되어 [스터디]라는 명찰을 슬쩍 달고 냅다 작가님들을 모아봤다.
사실 브런치북을 2년간 멀리 해온 나에게 주는 커다란 장치를 마련하고 싶었다. 뽑힐 확률이 1% 미만이라서, 생업에 치여 2순위, 3순위로 밀려나서 같은 핑계로 흘려보낸 2번의 기회가 못내 아쉬웠다.
그렇게 의지를 모은 작가님들께 부여된 첫 번째 미션은 [주제를 정해요]이다. 나도 몇 가지 구상해 둔 게 희미하게 있기는 한데 이거다 싶은 것은 없다. 다른 작가님들의 주제와 글감을 보니 음... 내 것... 이래도 되나? 싶다.
더 구체적이고 뾰족하게...... 이론은 아는데 역시 내 것은 어렵다.
해외? 해외여행도 잘 안 가잖아.
인생을 전환시킬 2막? 그런 게 있었나?
남들같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좀 쉬운 길을 가려나? 나만 없어 고양이~도 아니고 나만 별 게 없는 것 같다. 이토록 재미없고 평범하게 살았단 말인가. 큰 사건, 사고도 없고 열렬하게 사랑하고 치열하게 다투지도 않았다. 36.5도씨의 온탕 속 삶. 큰 마음먹고 들어가 정신 번쩍 차려지는 냉탕도 아니오. 41도씨에서 익어가다 유체이탈하는 온탕도 아니다. 아... 이벤트 탕이 필요해!
스터디의 힘!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다. 마감 기한은 나약한 인간을 움직이게 한다. 게다가 내가 모집했으니 게을리하며 빠질 수 없는 건 당연한 말이다. 앉으나 서나 당신 아니 주제 생각이다. 브런치 앱에 문지방이 있다면 닮아 없어지도록 하루 종일 들락거렸다. 단 하나만 생각하자. 주제. 주제. 주제.. 나는 무엇을 쓸 수 있는가. 무엇을 쓸 수 있는 사람인가... 쓸 수 있는 주제가 되는가..... 집요하게 파고들다 보니 계속 이 비슷한 것만 쓰고 있었잖아? 내 주제가 가장 별 볼일 없이 느껴진다.
브런치에 내가 쓸 주제를 검색해 본다. 브런치북이 520편. 매거진은 797편이다. 많다. 물론 여기 브런치북에는 연재 중인 브런치북도 포함되기 때문에 공모전에 제출된 브런치북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자주 눈에 띄는 기분인 이혼의 브런치 단골 소재 작품수를 비교해 보자면 엄청나게 많은 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많고 많은 육아 작품 중에 또 하나를 보태도 될까? 기존에 썼던 내 글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화들짝 놀란다.
스스로 어깨에 힘을 빼고 시작한다고 했잖아?(수상은 바라지도 않는다는 말이지)
나를 위해 기록을 위해 글을 쓴다고도 했고?(참여만 해도 행복하는 거고)
2025년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을 쓴다면서?(말은 참 멋지게도 했구나. 내년에 봤을 때 좀 어설퍼도 면피해 보려는 거 다 알고 있다고)
이런 다짐 겸 선언을 해놓고도 이왕지사 잘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건지 인간은 간사한 동물인지 자꾸만 뽑힐 만한 언저리에서 머물고 싶어진다. 시간은 다 되어가고 내가 썼던 육아 브런치 북이나 읽어보자 하면 과거작을 읽어보니... 아.. 부끄럽다. 당당히도 흑역사를 만천하에 남겨놨구나. 그때는 혼자 뿌듯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역시 무모한 초보가 더 용감한 것이 확실하다. 내가 만들어내는 흑역사를 미래의 나야 감당할 자신이 있니? 물어본다.
그러다 발견한 어느 글에는 서른여덟 살의 내가 서 있다. 이때 나는 이랬구나. 과거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 너무 속상해하지 마. 다 괜찮아진다..." 나를 꼭 안아주고 싶어진다.
내 기억에서도 사라지고 내가 그런 글을 썼다는 것도 망각해 버렸는데 그 글은 나를 그 자리로 데려간다.
지금은 내 턱아래까지 커버린 아이가 배꼽만큼 왔던 시절. 늦게 한글을 떼고 칠판에 써둔 글을 보고 눈물 흘리며 잠들었던 날이었다. 하루 종일 기다려도 돌아봐줄 여유가 없던 엄마와 마음이 쫓기듯 힘들던 시기.
원문 브런치글 https://brunch.co.kr/@aa79/22
글 속 내 모습은 나름대로 치열하게 하루에도 냉, 온탕, 히노끼탕, 라벤더탕 아주 버라이어티 하게 살고 있었다. 크게 기뻐하고 마음대로 안 되는 일에 안달복달 슬퍼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에 가득 담으며 살고 있는 걸 깜빡할 뻔했다.
읽다 보니 고개를 주억거리면 몰입된다.몇번을 읽은 글인데 또 눈물이 핑.. 크게 감동한다. 역시 내 글을 가장 재밌게 읽어주는 사람은 나였어. 그게 비록 흑역사일지라도... 첫 번째 독자이자 열렬한 애독자이면서 가끔 냉혹한 안티팬이 되는 나를 위해서 또 뻔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주제로 정했다.
육아. 또 너다!
생각한 걸 쓰기로 했다. 2025년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육아이야기. 주제파악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