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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맵다 쓰다 Feb 18. 2020

샤론 최 얼굴에서 보이는 것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보다 박소담보다 더 부러운 사람이 있다.

바로, 통역사 샤론 최...


수천만 원짜리 드레스, 다이아몬드 목걸이보다 더 빛나는 그녀의 얼굴..

말 그대로 내 눈에는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다.


영어로 밥 먹고 사는 나도 아닌데 뜬끔없이 통역사가 부럽다.

저렇게 한 분야에 통달한 수준까지 이른 모습에 감동되고 그 일을 즐기고 있는 것에 더 반하나 보다.


'저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보이지 않는 노력을 했을까?'

동시통역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않았다는데 이십 대 중반의 나이로 저런 통역을 할 수 있을까?

영어도, 모국어도 잘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통역의 수준이란 글을 읽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가 바뀌면 의식처럼 해오는 것이 있다.

바로 외국어 공부에 대한 결심...

그리고 영어공부 책을 사기...


작년에 샀던 '영어문법'책은 책상 어디선가 먼지가 쌓이고 있다.

반의 반이 뭔가... 사실 몇 장 제대로 넘어가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또, 용하다는 영어공부책을 샀다..

'그래! 이게 내게 맞을 것 같은데?' 하면서 집에 도착하기만 하면 입으로 'blabla~'가 쏟아져 나올 것 같은 환상을 품은 채 인터넷으로 주문을 한다.

책이 도착하는 그 하루, 이틀 만에 내 의지는 그렇게 힘없는 불쏘시게처럼 사그라든다.


죽어라 쓰면서 73개 국어를 마스터했다는 공부법을 따라 하다가 손목이 나갈 뻔도 하고, 쉬운 영어 원서 읽기도 겁 없이 도전했다가 쉬운 영어책에 내가 모르는 영어단어가 그렇게 많은 줄 깜짝 놀라 후퇴하기도 했다, 문장 통째로 암기하는 게 좋다는데 암기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잘도 잊어먹는다.

쉽게 말하면 결말을 보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 놓고도 또 나는 유튜브에서 '영어공부법'을 찾아 헤맨다. 아니 몇 번 유튜브로 검색했더니 이제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나를 간파해서 그렇게 영어를 강좌나 공부법 채널을 내게 물어다 준다.


나의 새해 결심 부동의 1위가 쪽팔려서라도 할 때도 되었는데

나는 왜 이렇게 공부는 안 하고 '영어 공부하는 법!'에만 목을 매는 걸까?


목표와 나는 참 한결같다.

목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나도 늘 이 자리에 머물고 있다는 말이다.

목표 근처로 발도 못 떼고..





무언가 진득하니 시작하려고 하면 먼저 드는  생각..

'어휴.. 이제부터 해서 어느 세월에...'

시동만 걸었는데 벌써 한숨부터 나온다.


잡생각을 휘휘 쫓아버리고 마음을 가다듬고 한 장 들쳐보고 또 두 장째하다보면

엉덩이가 들썩이면서 핑계대기 세계챔피언급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아니 이런 걸 잘하는 사람이 넘쳐나는데 이거  영어단어 하나 외운다고 내가 뭐 드라마틱하게 바뀌어 질까?

이건 내가 공부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나의 시간 투입 대비 가성비를 따져보는 거라고!'


억지 논리로 공부시간의 효율성을 들먹여본다.


그렇게 영어공부 맛집으로 소문난 집에 몰려다니느라 정작 내 실력은 늘 그 자리다.

그 열성으로 정작 공부를 했으면 벌써 하고도 남았을 영어공부..

'내가 몰랐던 비법을 저들을 알고 있었던 거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불로초를 찾는 것 같다.

모든 걸 다 가졌던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위한 신비의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영원한 삶은 결국 꿈으로 남고 4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결국 공부에도 왕도가 없는데 나는 무엇을 그렇게 찾아다니는 걸까?



한발 물러서 나를 본다.


자기 객관화를 시켜보면 사실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어떤 공부 방식이든 제대로 끝을 보고 해야지 발전이 있던지 나와는 안 맞던지 결정이 날 일이다.

이건 없는 걸 찾아 헤매는 불로초의 헛수고 같은 거란 걸 나도 안다.

알면서도 정신을 차리면 또 다른 영어공부책을 주문하고 있는 걸 보면  진시황의 욕심을 닮았나 보다.


오매불망 좋은 것 먹을 생각하지 말고 운동을 했으면  진시황이 2~3년 더 살았을지, 그저 삶의 유한함을 인정하고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즐기다 갔을지도 모르는데...

그래. 욕심이다.

도둑놈 심보 같은 욕심..

그런 마음을 각종 마케팅이란 이름의 상술은 '새로운 공부 방식', '지금까지 영어는 잊어라'란 말로 유혹한다.

그리고 나 같은 꼼수를 찾아 헤매는 심보에 정확히 와서 꽂힌다.


더 이상 무단횡단을 안전하게 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좀 멀리 가더라도 내가 알고 있는 방법,

돌아서 횡단보도로 신호를 지켜 건너야 한다.

영어공부든 어떤 일이든 그렇다.

사실, 방법은 모두 알고 있다.

답은 엉덩이의 힘을 믿고 하나씩 해나가는 걸 쌓아가는 것!


샤론 최의 미소 띤 얼굴에서 그녀의 숱한 시간이 쌓인  그 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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