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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yun Kim Aug 12. 2019

혼술, 혼밥, 그리고 혼자하는 영어

혼자하는 영어



     주변엔 의외로 혼자 밥먹기 싫어하는/어려워하는/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자기 계발서는 제목이 “혼자 점심 먹지 마라”였다. 항상 주변 사람들과 관계하고 정보를 공유해야 부단히 자기를 계발할 수 있다는 말이겠다. 하지만 정작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왜 같이 밥을 먹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7-8명의 일행이 한 식당에 들어간다. 굳이 떨어져 있는 식탁을 우당탕 끌어 당겨서 직사각형으로 만들고 8명이 주루룩 앉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바로 옆의 사람하고만 이야기를 하고 정작 함께 앉아야 하는 이유가 될만한 공통적인 이야기는 없다. 함께 먹자고 주도한 누군가도 식사하는 내내 별 말이 없다.


일행중에 수다스러운 똘끼형 푼수가 끼어있지 않으면 밥먹는 동안  말소리 보다 쩝쩝소리 그리고 숟가락 딸그락 거리는 소리를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다. 그렇게 별 의미없이 밥을 “같이” 먹고 나오면 또 커피도 “같이” 마시러 가잔다. 참 이해할 수 없다. 함께 하지만 왜 함께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자리들. 공교롭게도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빈말 중의 하나가, “언제 밥한번 먹자”다. “언제 밥한번 같이 먹는”것은 별 의미가 없다. 오랜 만에 만나서 반가웠으면 “지금” 먹으러 가야지. 하지만 도시의 대부분 사람들에겐 “지금” 이 없다. 밥을 먹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혹은 한달 전부터 스케쥴을 확인하고 일정을 예약해야 한다니. 물론 나도 부정할 수 없는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늘 “지금”을 저당잡히고 살아가는 인생에 “내일”은 혹은 “언젠가의 미래”는 과연 괜찮을까? 


 도시에 있는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사람들은 사람들을 떠날 수 없다. 떠날 수 없기도 하지만, 또 떠나려고 하지도 않는다. 잠시라도 떠나있으면 알 수 없는 뒤처짐의 느낌이 항상 자신을 군중들 속으로 떠밀기 때문이다. 점심때가 되면 늘누군가와라도 함께 밥을 먹으려 한다. 분명 이메일을 보려고 인터넷을 열었는데 정신차려보면 네이버와 다음의 포탈속을 헤매고 있다. 몇 번이나 같은 링크를 클릭하는지 어떤 때는 집게 손가락 끝에 독자적인 브레인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당연히 말초신경 중심으로 발달한 브레인이겠지. 정말 도시의 사람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말은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장난이다. 


사실 도시의 많은 사람들은 혼자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리스만이 고독한 군중이라는 말을 처음 썼던 것이 1950년이다. 이미 도시인들은 충분히 오래전부터 고독했다. 안타깝지만 함께 있어도 결국 혼자인 것이 도시인이다. 셰리 터클은 Together Alone이라는 책에서 많은 현대인들이 결국 혼자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증거는 찾기 쉽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대화 중간에 카톡메세지를 몇 번이나 확인했는가? 이메일은?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낼 때도 스마트폰을 떠나지 못한다. 삼성의 갤럭시 광고를 보았는가? 아이랑 목욕할때까지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라고? 가장 분명한건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그 누구와 지속적으로 함께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과 더 오래 함께 있다. 그렇지 않은 대상이 있다면 아직 부모님이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은 언더틴에이져 정도? 말장난 같지만 현대인은 고독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역설적이지만 혼자 밥먹고, 혼자 술마시는 시간은 고독하지 않을 수 있다. 혼자 밥먹는 그 얼마 안되는 시간동안 사람들은 최소한 자신과는 함께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함께 있는 대부분의 그 시간동 현대인은 그 누구와도 진정 함께 하기 어렵다. 심지어 자신과도 함께 있지 못한다. 자신과 함께 있지 못한다는 말은 쉽게 말해 영혼없이 산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아주 종종 좀비에 비유된다. 최소한 혼자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영혼을 마주보게 된다. 홍채인식이 앞으로 대세일거라는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홍채를 한번 들여다보자. 무슨 색인지, 어떤 무늬인지. 그리고 새까만 동공 그 깊은 곳을 들여다 본적 있는가. 내가 본 가장 깊은 암흑은 내 눈동자 속에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이런 깊은 암흑을 눈에 묻고 사는구나 생각했다. 그 깊이를 알게 되면 혼자여도 외롭지 않을 것이다. 혼자 밥먹는 그대, 혼자 술마시는 그대, 고독하지만 고독하지 않다. 하지만 오래도록 자주 혼자서만 마시면 진짜 고독해질 수 있으니까, 어디로든 전화해라. 


그래서, 혼자 밥먹고 술도 먹는데, 혼자 영어공부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학원에 가지 않고 선생도 없이 혼자서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오만가지 방법이 “지금은” 많다. 혼자 밥먹고, 혼자술마시고 하는것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고 덜 고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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