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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Aug 22. 2024

사신과 세이렌의 이야기 (12화)


사신이 말하는 특별한 주말 


주말 아침시간은 항상 운동선생님과 함께한다. 언제부터인지 모를 일과지만, 돌아가신 할머니가 유일하게 부탁하신 일이기에 아직 멈추지 못하고 있다. 아마 영원히 그만두는 건 불가능하겠지. 할머니는 이제 없으니까. 전원을 켜놓고 출한 TV처럼 목적 없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신세나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운동은 빼먹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나의 관심다른 곳에 가있다. 빠르게 운동을 마치고 식사 준비를 한다. 한번 해줬으면 영원히 해야 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인터넷을 통해 요리를 배워두었다. 그렇게 처음 해보는 역국에 도전한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묘하다. 내가 먹을 음식이라면 이렇게까지 신경 쓰이지는 않았겠지.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식재료를 준비하며 오전시간을 전부 보다. 기껏 힘들게 준비하고 함께 점심을 먹으려고 했지만 소희 씨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다. 상관은 없지만 조금 서운한 건 나로서도 생소하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리브다. 오늘 새벽은 리브의 산책을 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리브는 저 방 안에서 괜찮은가? 소희 씨는 전히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 소희 씨 죽은 건 아니겠지? 난 소희 씨가 죽을까 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희 씨 방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난 예상할 수 있었어야 했다. 내 간과하고 던 사실을. 내 인기척을 들은 리브가 대뜸 방문을 열고 나온 것이다. 침대에 기묘한 자세로 엎드려 자고 있는 소희 씨가 보인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망가던 중에도 다행히 아직 이성이 남아있었는지  돌아가서 재빠르게 방문을 닫았다. 우리 집에 새로 들어온 저 생명체는 기묘한 자세로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함부로 리브를 부르면 안 될 거 같다. 리브가 우리 집에서 못 여는 문은 없으니까.


난 리브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갔다. 밥시간이 한창 지난 리브에게 사료를 먹이고 빗질도 해준다. “리브야. 너 몸에서 소희 씨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난 리브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렇게 잠시 떨어져 있던 시간을 보상받듯 리브와 함께 애틋한 시간을 보낼 때쯤 1층에서 TV소리가 들렸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이 집에 산다는 의미였다. 빈집에 그냥 실수로 켜놓은 TV처럼 쓸쓸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에 리브는 1층으로 내려가려고 했지만 난 그런 리브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시 뺏길 수는 없지. 리브야 혼자 두고 둘이 놀려 ?" 난 어제밤일을 보상받으려고 리브에게 더 매달렸다. 하지만 내가 잠시 한눈판사이에 1층으로 도망가버린다. 녀석은 이 집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사는 것에 만족하는 눈치다. 항상 혼자인 게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함께하고 싶어 진다. 무엇이 나를 그들에게 이끄는 건가? 하지만 난 참아야 했다. 참았다면 마스크도 못쓴 채로 집밖으로 끌려 나오지는 않았겠지. 내가 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모자를 눌러쓰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소희 씨를 마주했던 것이다. 


"같이 산책가요. 밤에 산책해 본 적 있어요?"  그녀의 말 정말 강력하게 거부하며 고개 가로저었다. 절대 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심 간절하게 전달했다. 그러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물자국을 보았다. 나의 이 생소한 감정은 절대 하지 못할 거 같은 일들을 하게 만든다. 그렇게 나는 녀에게 이끌려 밖으로 향다.


이 시간맨얼굴로 밖에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이다. 솔직히 마스크를 쓸 생각조차 못했다. 항상 생각만 하던 나는,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듯하다. 지금쯤  내 방 창문 서서 해가 지는 걸 바라보곤 했다. 불과 몇 미터 밖으로 나왔을 뿐이지만 오늘은 전혀 다른 세상이 나를 맞이한다. 그 몇 미터가 스스로 만든 감옥인걸 안다. 그런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잠시 자유를 찾았다. 벽에 보는 공원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여기저기 사람들로 붐빈다. 내가 던 그 공원이 맞나?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모부터 어르신들까지 공원은 그야말로 생동감이 넘쳤다. 난 이 공원이 죽은 공간이라고 느꼈지만, 해 질 녘의 공원은 모든 것이 살아있었다. 나도 그 안에서 살아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 새삼 감정이 쳤다. 내 앞에서 리브 리드줄을 쥐고 걷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들과 이어지고 싶다. 나도 이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소희 씨에게 다가가 리드줄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내가 내민 손을 한참을 바라보던 그녀는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난 그 눈을 피할 수가 없었다. 잠시 이어진 눈 맞춤 후에 소희 씨는 에게 리드줄 밀었다. 난 리드줄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통째로 덥석 잡아버렸다.  어색하게 주먹을 쥔 소희 씨 손을 가위바위보 하듯이 감싸 쥐고 공원을 걸었다. 내 뇌도 심장도 모두 손에 가있는 거 같다.  오늘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소희 씨는 기묘한 자세로 잠을 자고, 손 참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내 왼손리브 소희 씨 모두 이어다. 의 공원에서 짧은 산책을 마쳐갈 때쯤 소희 씨는 나에게 뜸을 들이다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제 방이 이 근처인데 잠시만 들려도 될까요? 너무 급하게 나오느라 필요한걸 다 못 챙겼어요. 잠시면 되는데 괜찮죠?”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근처 건물로 향한다. 리브는 처음 가는 길에 만족한 듯 여기저기 관심을 보인다. 건물 앞에 서자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희 씨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내가 따라 들어가도 되는 건가? 아니면 여기서 기다려야 할까? 자동문이 열리고 리브와 소희 씨가 그 문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난 그 짧은 시간 동안 고민했다. 조금만 지나면 자동문이 닫히고 나만 혼자 여기서 기다려야 할게 분명해 보였다. 내 의식은 그렇게 말하는 중이지만 내 몸은 이미 문을 지나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그래 도망갈 수는 없. 뻘쭘하게 엘리베이터에 함께 오른다. 소희 씨를 만나고서 처음 느껴보는 어색한 공기를 만난다. 마치 가장 창피한 모습 누군가에게 들킨 것처럼 어색하다. 생각해 보면 어색한 게 당연한 건데 왜 여태까지 모르고 있었을까? 아마 내가 상상도 못 한 방식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그녀 때문일 것이다. 나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가와 내 사고를 모두 정지시켜 버리니까. 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색하다. 심장이 너무 크게 울려서 엘리베이터가 내 심장소리에 맞춰 이리저리 공명 하는듯하다.


나는 두 번째 문 앞에 섰다. 이번에도 거침없이 현관문의 도어록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희 씨의 뒷모습을 본다. 이번에는 어떻게 하지? 정말 이번에는 문밖에서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닐까? 공동현관문이야 누구나 들어오는 문이니 나도 괜찮겠지만, 저 은 아니지 않을까? 저 은 소희 씨에게 허락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문이니까.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애야 언니방이야. 발부터 닦자. 뭐해요. 지훈 씨가 다애 발좀 닦아주세요.” 


의식하지 않았지만 소희 씨는 리브를 다애라고 부른다. 어릴 적 처음 리브를 만난 날도 어린 소희 씨는 '다애'라고 불렀다. 그때 나에게는 그 발음'DIE'라고 들렸다. 죽는다니. 난 그 이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난 'LIVE'라고 불렀다. 리브는 나의 어둠을 이기고 다가온 기적이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애 아니 리브의 발을 닦아준다. 항상 이런 식이다. 내가 할까 말까 고민하게 두지 않는다. 결국 난 소희 씨 말 한마디에 여기 이 공간에 들어와 있으니까. 그래서 난 그녀가 좋다. 그래서 생각했다. 나의 처음이 소희 씨였으면 좋겠다. 나의 이 설렘과는 다르게 소희 씨는 내 앞에서 불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공포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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