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패턴에 대한 자각
이제 그만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다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지 못하는 나. 한 가지에 몰입하기도 벅찬데 이것저것 두 가지 일을 한 번에 하려면 어느새 내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다. 몰입도가 떨어져 결국 나는 내가 뭘 하려 했는지 까먹기 일쑤. 특히나 할 일에 집중해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면 하려던 일을 잊게 된다. 지금껏 내가 해오던 생활패턴일까? 아니면 나를 방어하고 있는 방어기제일까?
그래서 한 가지에 몰두하기 위해 늘 다른 것들은 뒷전이 되어야 했고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흐트러졌던 일들이 꽤나 많이 있었다. 처음엔 끈기 탓을 했다. 끈기 부족. 한참 열이 올라 열정 가득 내 에너지를 쏟아붓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슬럼프가 찾아오거나 하고 있던 일을 중단한다.
그러나 멈추지 못하는 배움과 일. 해야만 하는 일에 나를 밀어 넣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중독된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새로운 것을 배우고 특히나 학교 다닐 때 쳐다보지도 않았던 인문학이나 철학 이 분야를 접할 때면 흥이 폭발한다. 이때는 새로운 걸 처음 접하는 어린아이 같다. 하지만 이것도 끈기가 부족한 탓인지 방어하고자 하는 나의 방어기제 때문인 지는 모르겠으나 흐지부지 되고 갈 곳 잃은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누군가 나를 위해 애써 마련한 기회마저 기회인 줄 모르고 그저 나에게 빠져 허우적허우적. 좋은 의도를 좋은 의도로 보지 못하는 내 시선. 그렇게 막상 모든 걸 내려놓고 나면 공허함과 외로움이 스몰 스몰 올라온다. '내가 원했던 방향은 이게 아닌데...'라며 세상을 통제하려다 실패한 실패자를 자처하며 씁쓸해하기도 한다. 마치 가해를 하던 가해자와 위치가 바뀌어 버린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늘 피해자를 자처했는지도 모른다. 내가 먼저 가해를 하고 공격해 곤경에 빠트려 놓고서는 나는 세상의 모든 비난과 공격을 받아내야만 하는 피해자로 둔갑해 있다. 꼭 육체적으로 보이는 대로 가해를 해야만 가해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정신적인 피폐. 메마름. 그 가혹한 형벌을 나 자신에게 내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왔는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저항이 심하게 몰려온다. 이제 피해자 코스프레 따윈 그만 집어치우고 피해자 가해자 이런 것 없이 네가 원하는 그런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여태껏 넌 두렵다는 이유로 한 발짝만 내딛으면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도 나아가지 못하고 철퍼덕 주저앉아 애타게 누군갈 기다렸다면 이젠 그 누군가를 계속 기다리고 의지하느니 그냥 그냥... 네가 나아가면 되는 것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