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봉 Jul 09. 2021

전투 육아 vs 발육아

아이 눈빛을 따라가라.

엄마의 힘이 들어가면 전투육
아이의 마음이 들어가면 발육 아가 가능해진다.


자동차 극장을 한다는 어린이집 알림장을 받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박스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혼자 몸도 건사하지 못해서 매일 누워 무기력하게 지내는 나에게 날벼락이 떨어진 것 같았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괜찮겠지 했는데 달력을 보니 제출할 날이 다가왔다. 불똥이 발등에 떨어졌다.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데 아들이 내게 "내일까지 박스 자동차를 가져오래~"한다.  

"엄마가 날을 새서라도 만들어줄게~"하니 안심하는 아들이다.


그날 저녁 박스 두 개를 꺼내 모양을 다듬고 시트지를 붙였다. 그러고 나니 에너지가 바닥났다. 슬슬 졸음이 몰려온다.


내가 박스로 모양을 만들 동안 색종이를 오리고 뚝딱뚝딱 무언가 만들던 아들이 있길래 무얼 하냐 물었다. 경찰차에 붙일 경찰 모양을 그리고 사이렌을 만든다고 했다.


옳다구나 싶어 "그래 네가 원하는 걸 만들어서 여기에 붙이면 되겠구나" 하고 물개 박수를 쳐줬더랬다.


아들은 내가 만들어놓은 박스 자동차에 본인만의 색다른 창의력을 더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박스 자동차가 완성되었다. 나는 그저 박스 자동차의 모양만 냈을 뿐인데 그렇게 자동차 두대가 완성되었다.

잘하려 하고 엄마의 솜씨를 뽐내려 했다면 결코 하루 만에 완성되지 않았을 자동차가 뚝딱 만들어졌다.


오빠가 만드는 걸 옆에서 지켜본 둘째가 풀을 찾는다. 엘사 자동차를 외치던 딸내미는 색종이를 덕지덕지 붙여 본인만의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어냈다. 딸에게도 예쁜 치마 자동차가 완성되었다며 물개 박수를 보내주었다.


아이들은 잘 자고 일어나 어린이집 등원하는 길에 자랑스럽게 본인이 만든 자동차를 선생님께 내주는 모습이었다.


'그래 이거였구나.. 내 욕심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걸 따라가라는 말이 이런 거구나' 싶다.

작가의 이전글 구름 사이로 비치는 강렬한 햇빛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