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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봉 Nov 06. 2020

그날 아침..

날 잡아준 아이의 손은 참 든든했다.

일요일. 김밥을 싸주겠다고 하니

좋아서 펄쩍펄쩍 뛰는 아들램.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그냥 눈에 속눈썹이 들어갔나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

김밥을 싸는 중 좋아할 아들램을 생각하니

언제 귀차니즘이 왔냐는 듯 마음이 급하다.

김밥 먹일 생각에 아침은 건너뛰었다. 아점...

다른 때 같음 다 말아놓고 먹으라 성화였을텐데

한 줄 싸고 맛보라 했더니 더 달란다.ㅎㅎ

그렇게 김밥 싸는 족족 아이들을 먹이고

우리가 먹을 김밥을 말려고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 안에 돌이 들어간 듯 점점 눈이 시큰거리고 아파온다.

김밥을 싸다 말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서서

계속 눈동자를 굴렸다.

막이 벗겨진 것처럼 뭔가 보인다.

지금 당장 어쩔 수 없기에 참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점점 눈을 찌르는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

김밥 만들기를 포기하고 침대에 와서 자리에 누웠다. 다음날까지 눈을 뜨지 않고 잠을 잤다. 

.

.

.

아침이 되어 눈을 뜨려고 하니

눈을 찌르는 고통과 함께 시큰하다.

눈을 뜰 수 없어 대충 아이들 옷을 입히고

어머님 댁으로 올라갔다.

.

엄마가 아픈걸 눈치챈 아들램은

평소와 다르게 의젓하다. 눈이 보이지 않아

평소보다 예민한 난 날카로웠고

아들은 날카로운 내 심정을 헤아린 듯

보이지 않는 내 눈이 되어주었다.

믿을대라곤 오로지 아이가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가는 것 밖에 없다.

다행히 위층에 계신 어머님이

아이들 등원을 도와주시고 병원까지

함께 동행해주셨다. 

.

내 눈이 아프지 않았음 의지하지 않았을

아이의 손길. 참으로 따뜻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든든했다.

.

.

내 아들이 언제 이렇게 듬직하게 자랐지? 싶었다.

아이가 어릴 때 그리고 동생이 막 생겼을 당시

나는 아들을 지키지 못했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아이였지만

난 아이가 귀찮았다. 성가셨다.

'너만 아니었어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고... 그래서였을까?

아이가 하는 짓이 예뻐 보일 리가 없었다.

매번 이런 생각을 한건 아니었지만

나의 분노를.. 분풀이 상대라고 하기에 아이가 딱..

.

둘째를 막 낳고, 아이가 예뻐 보이기는커녕

빨랫줄에 널어놓고 분이 풀릴 때까지

흠칫 두들겨 패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도 원했던 아이이건만..

내가 생각했던 육아맘의 모습과는 상반된 못난엄마.. 나쁜엄마 자체였다.



.

그렇게 생각했던 아이가 너무나도 예쁘게

듬직하게 자라 있었다. 나의 지난날이

후회가 될 정도로..

.

.

그땐 몰랐다. 마음속에 깊숙이 자라지 못한 아이가 숨어있다는 걸...

.

그리고 일이 생길 때마다 아이 탓을 했다.

"좀 그만 좀 해.. 너 아니어도 엄마 힘들어.."

내 아픔만 생각할 뿐 상처 받는 아이 마음 따윈

미안하다 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기분이 좋을땐 한없이 사랑하다가도 

분노가 차오를 땐 내 감정이 우선이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 따윈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화가 난 내 마음만 있을 뿐..


그렇게 서서히 아이는...

내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버렸다..

.

.


.

.

.


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라는 걸 깨닫게 해 줘서 고마워.. 부족한 엄마지만 늘 이런 엄마 용서해줘서 고마워.. 이제 알았어.. 넌 엄마의 참 스승이라는 걸.. 널 통해 엄마가 많은 걸 배우고 깨닫는구나.. 사랑해.. 세상 누구보다 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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