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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긍정 Nov 24. 2022

나는 회사가 너무 힘들다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는 나를 돌아보면서.. 

안녕하세요. 9번을 그만 둘 용기와 10번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에밀리입니다.


고층으로 이사하고 어느 날, 늦은 밤 집에서 야경을 보다가 문득 여기서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련하겠지 싶었다가 곧바로 아! 이런 건 궁금해서도 안되는데 나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상태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심리상담을 시작했어요.

덤덤하게 제가 느끼는 제 상태에 대해 털어놓다가 근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모든 것이 끝나서 후련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잖아요 하면서 펑펑 울어버렸고, 초면에 펑펑 운 김에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놓게 되었어요.

질문에 따라 현재에서 조금씩 과거로 가면서 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잦은 이직과 퇴사를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 이직과 퇴사는 다 사연이 있었기에 한 번도 부끄럽게 생각한 적은 없다고 믿었는데,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잦은 이직으로 인해 이번 생은 어차피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를 마주하게 되었어요.


그때, 선생님께서 제9번의 퇴사와 10번의 입사에 대해 나에게 위험한 상황이 되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9번이나 용기를 냈고 10번이나 다시 시작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왜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풀어가보자고 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거고 그래 봤자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어요.


거듭 의견을 주고받던 중 제가 완벽하지 않은 나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상당히 너그러운 사람인 줄 알았어요. 저는 평소에 긍정도 병이면 중환자라는 얘기도 종종 듣는터라 상당히 밝고 긍정적인 사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동안은 단순히 충동적인 성적이라 가끔 참지 못해서 사고를 친다는 정도로 이해하게 되었는데, 스스로에게 너무 많이 기대하고, 너무 많은 약속을 하고, 너무 계획을 많이 세운 후 그걸 지키지 못하면 그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무작정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전체적인 상황보다는 내가 스스로 약속한 것을 지키지 못했어, 내가 하려는 것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방해하고 있어. 더 잘할 수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나를 방해하고 있어. 나를 힘들게 하는 조직과 함께 하고 싶지 않아. 이런 생각이 강했더라고요.


그동안은 그냥 내 경우는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쉽게 취업이 되니까 쉽게 그만 두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내면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목적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너무 힘들게 몰아가고, 그 목적을 달성하고 난 후에는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아서 관계를 끝내버린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조용한 사직이 유행이라고 하죠. 저는 반대로 요란한 근무를 하고 진짜로 시원하게 퇴직을 해버리는 삶을 이어왔던 것 같습니다.

저는 조절이 잘 안돼요. 할 수 있는 일이 보이면 하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그런데 하나 둘 하다 보면 모두 제 일이 되지요. 내 체력, 능력, 급여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고 적당하게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뭔가 잘 안 되는 상황 또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긴 상황이 되면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이거만 해결되면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하는 멍청한 생각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현실은 이거만 끝나면 또 다른 일이 닥쳐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당함을 잘 설명하고 저의 자리를 잘 잡아야 하는 건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요, 저는 사실 말해봤자 바뀌지 않는다. 화를 내면 내 에너지만 낭비하는 거지 어차피 바뀌는 건 없다. 화를 내면 나도 에너지 소모가 심하고 듣는 놈도 기분만 나빠지지 어차피 달라지는 건 없다. 이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대화를 하지 않고 혼자 결론 내는 건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배웠어요.

그러나 살면서 쌓아온 경험이 저를 이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몰아갑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그랬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어! 이번 사람들과는 대화가 잘 될 수도 있어. 이런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데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아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때때로 홀로 길고 긴  터널에 갇혔다가 빠져나오는 경험을 합니다. 1년 반 전에도 길고 어둡고 고요한 내면의 터널에 홀로 갇혀서 고통의 시간을 보냈지요. 아니다, 갇혔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를 가두고 어둡고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매년 그랬던 것 같아요.


홀로 어둡고 고용한 시간을 보낼 때에는 모든 것이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작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지난 일을 되새기면서 더 깊은 슬픔으로 흘러가게 두곤 해요. 이럴 땐 다른 사람의 위로가 세상 둘도 없는 밝은 빛으로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올 해에도 그랬고, 지난해에도 그랬더군요.  


그런데, 이런 투정이 잦아지면 결국 주변에 남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스스로를 밝힐 수 있는 힘을 기르고자 내게 힘이 되는 말들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마우스패드를 만들었어요.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회사에 두고 너무 힘들 때, 퇴근하기 전에 보곤 해요.

아무도 나에게 말해주진 않지만, 내가 들으면 힘이 되는 말 모음입니다. 


특히 에너지와 시간은 한계가 있어서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은 위로와 힘이 됩니다. 

의뢰로 보다 보니까 화가 나는 말은 "나는 그럴 능력이 있어"입니다.

능력이 있건 없건 결론적으로 그 능력이 내 삶이 행복해지는 능력은 아니더군요 


두 번째로 화나는 말은 "괜찮아 나는 할수록 더 잘할 수 있어"입니다. 

할수록 더 잘할 수 있지만, 그게 내 삶의 행복해지는 방법은 아니겠지. 꼭 잘할 필요가 있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Work, Play, Love는 제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입니다.

건강하게 일하면 잘 놀 수 있고 잘 놀고 귀여운 자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일이 많아서 감당이 안 되는 요즘 사실 이번 프로젝트만 끝나면 회사를 그만둬야겠다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가 너무 힘들고, 업무와 삶의 균형을 맞추는 건 불가능한 인간인 것 같아요.

회사를 다니면 일에 집중하게 되고, 괜히 나대서 맡은 일을 어쩌지 못하고 집까지 끌고 들어오고 퇴근 후, 주말까지 모두 일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오래전 일과 가정생활이 충돌하면 언제든 가정을 선택하자고 약속한 적 있습니다. 지금 또다시 저의 일과 가정이 충돌하고 있는데 가정을 선택하지 못하고 새벽에 기어 나와서 출장을 가고 있네요.   


5월에 상담을 시작하고, 8월에 마우스패드를 만들고 조금 위안을 얻곤 했는데, 11월이 지는 새로운 겨울의 문턱에서 다시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직장생활은 적당히가 중요하더라고요.

저는 적당히를 잘 모르겠습니다.

궁금한 게 많고,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다른 이성을 다 뚫고 치고 나와서 나도 모르게 나대고 있어요. 모른다고 하면 될 걸 굳이 굳이 처음부터 다시 파서 생각하고 안되면 되게 하려고 하는 성격은 어디서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알아도 모른다고 해야 공간에서 모르면 알아내고 싶은 마음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회사가 참 어렵네요. 


이 모든 게 내가 너무 귀엽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겠죠. 궁금한 것도 많고, 문제는 해결해보고 싶고,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으면 도전해보고 싶고 이런 귀여움이 터져서 발생하는 문제인데 더 버티다가는 귀여움이 소멸될 것 같아요. 


멀리 내려가는 이른 새벽. 출장 가는 길에 주절주절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두 달 뒤, 이 글을 다시 열었을 때 저는 어떤 것을 선택했을까요?

상담을 받아가며 회사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단 둘이 사는 집에서 집안 살림은 남편에게 다 맡겨두고 혼자 두면서 더 많이 벌어오지도 않는 생황을 지속하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니까 그만둬야 한다. 이번에도 영리하게 회사생활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또 그만두게 되면 차라리 다시는 회사를 안 다니고 살림 꾸리면서 근검절약하며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회사를 그만두면 어디 가서 나를 뭐라고 소개하지? 내가 이제 와서 근검절약을 할 수 있을까? 회사를 안 다니면 남아 돌 내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지? 이런 생각이 들어서 선뜻 선택이 되지 않네요. 


요즘 조용한 사직이 유행이라고 하더군요. 요란한 퇴사만 하던 저는 그런 단어를 듣자마자 아! 하긴 했어요. 그런 방법이 있구나.. 그런데 그런 사람이랑 같이 일하면 싫겠다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고요.

정답은 없고, 누구나 회사 생활은 힘든거겠죠.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 일단 생각을 줄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빨리 미래를 결정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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