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마 러닝
날씨가 더워지니 뛰는 속도가 더 느려졌다.
5km는 가능한데 한 번만에 뛰기가 힘들고, 중간중간 걸어야 한다.
2km 정도만 뛰어도 머리로 피가 안 가서 현기증이 살짝 생긴다.
그럴 때는 걷고 조금 지나면, 다시 뛰는 것의 반복이다. 덥고, 머리가 아프고, 온몸에는 열이 오른다.
딱 불가마 사우나 안에 들어간 기분이다.
머릿속에는 이 문장 외에는 아무 생각이 안 든다.
"내가 왜 스스로 이 짓거리를 하고 있지?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뜨거운 물속을 헤쳐나가야 하는 죽기 일보 직전의 물고기가 된 기분.
5km도 겨우 뛸까 말까 한데, 이 날씨에 10km, 20km를 뛰는 러닝 크루원도 제정신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이건 미친 짓이야. 다들 돌았어.
선명하게 들려오는 머릿속의 목소리를 의식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그 죽을 것 같은 기분이 지나고 목적지가 다가오면 다시 힘이 난다.
아주 더운 느낌도 오래 지속되다 보면, 느껴지는 것을 넘어서서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리고 열이 오른 몸과 나의 정신만이 또렷이 느껴지고 앞으로 전진해야겠다는 생각만 든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과 시원한 음료수.
그리고 온몸에 피가 도는 기분과 성취감과는
또 다른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는 실감(實感).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해서라거나, 건강을 위해서라거나 그런 것과 다른 차원으로 하게 된다.
보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있는 감각, 신체를 엄청나게 소모하게 난 뒤의 상쾌함과 힘든데도 오히려 얻게 되는 에너지.
그런 것들이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