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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보로 Aug 17. 2024

곱창 예찬!

먹는 행위 그 이상의 행복

 외식을 할까, 집밥을 먹을까 고민되는 날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집에서 해먹기 어려운 음식인가?” 예스라는 답변이 나오면 죄책감 없이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 여러 음식 중 ‘소곱창 구이’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외식 메뉴다. 요즘은 밀키트가 잘돼있어 집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버너 위에 넓적한 팬을 올려 화르르 구워내는 퍼포먼스는 구현해내기 어렵다. 곱창을 구울 때 튀는 기름은 얼마나 무지막지한가. 주방 바닥을 박박 닦아낸다고 해도 영업용 화로의 온도와 맛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호불호가 강한 음식이기에 종종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그때마다 나오는 첫 마디는 “맛있잖아요.”  음식을 좋아하는 데 어떻게 맛을 얘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곱이 가득 차 있어 통통한, 알맞게 구워 겉은 바삭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고소한 기름이 터져 나오는 고기 맛. 곱창 기름에 구운 달큰한 대파와 부추 맛. 양파와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곱창 구이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매콤하고 달짝지근한 간장 맛 말이다. 가끔은 변주를 줄 수 있다. 치즈, 갈릭, 후추 맛 시즈닝 가루가 툭툭 뿌려진 곱창이 당기는 날도 있다. 하지만 클래식이 진리라고 했던가. 잠깐 한눈을 팔았던 입맛은 다시 순정 구이로 돌아온다.



 곱창은 소의 내장이다. 좋은 부위도 아닌데 가격은 어찌나 비싼지. 저렴한 곳은 1인분에 2만 원 초반, 가격이 높은 곳은 3만 원 대까지 올라간다. 하루는 불판을 곱창 몇 조각과 고기 면적의 세 배나 되는 부추로만 채워주기에 의문을 품고 가격이 형성되는 이유를 찾아본 적이 있다. 곱창 가격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손질’ 때문이라고.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내장을 손으로 씻어내는 데 드는 인건비가 주를 이룬다. 또 내장이라는 특성 때문인데 소를 도축하고 음식점에 빠르게 납품해야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신속한 유통 과정에 붙은 가격이 음식에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이까짓 가격 때문에 외식의 재미를 포기할 수 없다. 아까 맛 예찬에 이어 이유를 덧붙이자면 식사 전부터 후까지의 과정이 즐거운 음식이라는 것이다. 소곱창 구이는 주로 다른 이들과 함께 먹으러 가는데 모임을 갖는 기쁨이 크다. 친구를 기다릴 때의 설렘부터 북적북적한 공간에서 내 소리 네 소리 섞으며 나누는 대화, 반주를 곁들여 유쾌해진 기분까지. 기분 좋은 저녁을 후회 없이 보내면 친구와 헤어지는 일도 아쉽지 않다.


 집으로 돌아와 곧장 향긋한 샴푸와 보디워시로 몸에 밴 기름 냄새를 씻어낸다. 칫솔과 치실 그리고 가글로 입안을 개운하게 닦아낸다. 가벼워진 몸으로 뽀송하고 포근한 이불에 눕는다. 시끌벅적한 곱창집과는 상반된 나만의 고요한 밤. 이 모든 것이 나의 외식 생활에 포함된다. 어쩌면 나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이 일련의 과정들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PS. 자주 가던 곱창집 맛이 변했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이제는 곱창 유목민이 되어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놀러 갈 경우를 대비해)의 곱창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방이동의 별미곱창, 봉천동의 신기루곱창, 신사동의 신사 황소곱창, 광교의 두강곱창, 해운대의 해성막창... 맛있는 곳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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