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면 뚝딱 겨울철 배추전 레시피
찬바람 부는 계절이 왔다. 알배추의 계절이다. 그냥 배추가 아닌 ‘알’이란 접두사가 딱 어울리는 작고 단단한 하지만 단맛과 영양소가 밑동부터 이파리 끝까지 가득가득 찬 알배추 말이다. 한 통을 사 반절만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넣어둬도 쉽게 시들지 않아 1인 가구에게 아주 적절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알배추 자체의 단맛 덕분에 다른 재료나 소스를 많이 활용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한 끼를 만들 수 있다. 이파리 사이사이 차돌박이를 넣고 쪄내면 이름도 맛깔스러운 ‘차돌박이 알배추찜’이 되고 된장국을 끓일 때 잎을 숭덩숭덩 썰어 넣으면 추운 날 속을 녹여주는 ‘알배추 된장국’이 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가장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알배추전’이다.
RECIPE
1. 알배추를 세로로 길게 ¼ 가른다
2. 알배추를 한 장씩 떼어낸다
3. 배춧잎의 단단한 심지를 밀대로 밀어 부드럽게 만든다 (선택사항)
4. 부침가루를 물에 풀고 소금 간을 한다
5. 배춧잎을 반죽에 적셔 기름에 구워낸다
사실 레시피랄 것도 없다. 길게 반 가른 알배추를 한 번 더 반 갈라 한 장씩 뜯어낸다. 부침가루를 풀고 반죽에 소금을 친 뒤 알배추를 적시고 기름에 구워내면 그만이다. 요리 초보들은(물론 나를 포함한다) 부침가루 몇 스푼에 물 몇 밀리리터를 넣어야 할지 계량법을 검색해보기도 하는데 ‘적당히 주르륵’ 흐를 정도이면 된다. 부침 반죽이 되직하면 바삭한 맛이 있고 부침 반죽이 묽으면 알배추의 단 맛이 더욱 잘 느껴진다. 단, 이런 야매요리에서도 꼭 지켜야 할 한 가지가 있다. 알배추를 구울 때는 부침개로 지그시- 누르고 있을 것. 그래서 적당히 노르스름한 얼핏 보면 약간은 탄 색으로 익은 배추전을 맛볼 수 있다.
여기 배추전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간장’이다. 자취생이라도 가지고 있을 법한 재료를 섞기만하면 조금은 전통적인 일명 ‘단짠’의 극치를 맛볼 수 있다.
RECIPE
1. 진간장 2T, 물 2T, 식초 1T, 설탕 ½ T, 참기름 ½ T 준비
2. 다진마늘 1t, 고춧가루 1t, 깨 1t 준비
3. 모두 섞는다
*T는 15ml, t는 5ml 계량스푼 기준
전과 잘 어울리는 술은 단연코 ‘막걸리’다. 이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데 오늘은 배추전 이야기까지만 하고 마무리를 해야겠다.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니 흥분해 글이 길어진다. 막걸리에 대해서는 나중에 쓸 일이 자주 있을 것 같으니 다음을 기약해보겠다.
추신
태어나서 지금까지 여태 이런 식으로 배추전을 부쳐 먹었는데 이것이 경상도식 배추전이라고 한다. 강원도는 배춧잎을 길게 반으로 가르고 쪽파를 얹어 부쳐 먹는다고 한다. 경상도식 배추전밖에 몰랐던 나는 (심지어 이것이 경상도 방식인지도 지금 알았다) 꽤나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