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강아지가 너무 좋았고 키우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절대 반대파였다.
그런 가족이었지만 딱 한 번,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한 달 정도 아주 짧게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삼촌이 '누가 집앞에 두고 갔다'며 곤란해하는 걸 보고 부모님한테 박박 우겨서 우리가 키우게 됐다.
치와와의 외견을 가진 잡종이었는데 나이는 추정불가, 소위 말하는 '똥개'같은 짙은 갈색 털에 몸집은 외소했다. 똑똑하게 잘 크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당시 네이버 쥬니어에서 강아지 이름 추천 목록을 찾아 '똘똘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강아지에 대한 지식도 없고 공부도 못한 채로 키웠다.
산책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못했고 소통하는 방법도 몰랐다. 그냥 강아지가 같은 집에 있어준다는 거 자체가 그저 너무 좋았다.
하지만 곧 이사하게 되었고 부모님은 '이사하는 집에서는 강아지를 못 키우게 한다'는 이유로 '할머니한테 맡겼다'고 말하며 똘똘이랑 제대로 된 인사도 못하게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거짓말이었던 거같다)
강아지와 나의 첫 만남은 강렬했지만 짧게 끝나버렸다.
십 년, 이십 년이 지났지만 이상하게도 그 때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있고, 제대로 못 키워줬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미련만 가득하다.
그래서 독립하면 강아지를 키우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혼자 살면서 좀처럼 실현할 수 없었고 결혼하며 안정을 찾고 드디어 타이밍인가, 하는 때가 왔다.
배우자와 나 둘 다 강아지를 좋아했고, 배우자는 아주어릴때, 강아지를 애기때부터 하늘나라로 갈 때까지 키워본 경험이 있었다.
둘 다 동의했던 부분은 펫샵 등에서 강아지를 '사지말자'는 것. 생명을 사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둘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둘이 선호하는 방법은 유기견 입양이었는데, 둘 다 강아지를 키운 지 너무도 오래됐다는 것, 유기견은 특히 키우기 전 경험이나 지식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일단 자원봉사로 임보(임시보호)부터 시작하자는 결론에 일렀다.
그렇게 유기견 임시보호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