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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리따 Mar 07. 2023

하루 20분 쉬기

어제 미용실을 다녀왔습니다. 예약은 지난주 금요일에 했어요. 다음 주부터는 몇 시간을 연속으로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이번 주에는 다녀와야 했습니다. 안 되는 요일을 빼고 나니 월요일이 좋겠더라고요. 다행히 미용실 예약도 된다고 합니다. 머리 하지도 않았는데 예약만 했을 뿐인데 하루 종일 콧노래가 나옵니다. 


예약 시간 한 시간 전입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운동을 했어요. 머리하고 나서 운동을 하면 땀이 나니 운동을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머리는 매직세팅을 했습니다. 머리카락 뿌리부터 뺨 까지는 곱슬머리를 쭉 펴고 뺨부터 끝까지는 꼬불한 펌을 했어요. 머리숱이 많아서 기본 다섯 시간은 잡아야 합니다. 대구는 시간이 초과되었는데, 여기는 쓰는 약이 다른가 봐요. 네 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갈 때에는 18시 전에만 데리러 가면 되었습니다. 유치원 다닐 때는 차가 늦게 오는 편이라 17시 정도까지 혼자 있었어요. 미용실 오픈 시간 맞춰 가면 오후 세 시 삼십 분쯤 끝납니다. 아이들 없이 편하게 머리하고 다녀올 수 있었어요. 방학도 일주일 길어도 이 주일이니 상관없었습니다.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을 보냈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방학은 여름은 4주, 겨울에는 8주입니다. 제 머리(정확히는 매직)는 1년 5개월 전에 했어요. 머리숱도 많고, 곱슬머리 인 데다가, 잔머리도 많아요. 그냥 보아도 흰머리가 보이고 가르마를 다르게 타서 넘기더라도 새치가 많습니다. 단정해 보이지 않았어요. 방학 전에 새치 염색도 하고 머리숱 정리도 했는데 그게 또 세 달 전이었습니다. 머리 묶는 건 싫어하는데요 조금 더 깔끔해 보이기 위해서 묶어 다녔어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에도 제 머리는 숱이 많고 곱슬머리였습니다. 주기적으로 정리하지 않으면 첫인상이 '자기 관리 안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십상이죠. 달라진 건 첫째 아이의 방학이 길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와 겨울 방학은 두 달이라는 말은 방학이 다가올수록 더 자주 했었습니다. 아이와 뭐 할까, 방학 때 어디를 가볼까에 대해서는 생각했었는데 내 머리는 언제 할까는 떠올리지조차 않았습니다. 글쓰기, 독서, 운동과 같은 내 시간을 언제 어떻게 가지느냐에 대해서는 방법을 고민했었는데 미용실이라는 단어는 생각도 못했어요. 


방학 전 계획 세우는 일도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건 잠깐 쉬고 돌아보는 일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방학 전의 저는 휴식이 없었어요. A 업무를 마치면 바로 B일이 시작되었어요. 일 막바지라 온 힘을 쏟아내고 있었을 시기였습니다. 생각하고, 쉬어가고, 숨고를 시간이 매일 이십 분이라도 가졌다면 방학 동안 제 머리를 보며 만족했을 겁니다. 


방학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저는 쉬는 일을 잘 못하는 사람에 속해요. 쉬면 늘어지는 걸 알기 때문에 자기 전까지, 금요일 밤까지 전력 질주하듯 보내고 밤에 푹 잡니다. 주말에 놀고 쉬고요.  다이어리를 쓰며 휴식 시간을 강제로 넣기 시작하며 조금씩 바꿔 나가고 있어요. 


휴식한다고 해서 뒤로 물러서는 일도 아니고, 멈추는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충전함으로써 안 보이는 일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떠오르기도 해요. 매일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으니 쉼을 통해 속도를 줄여 정작 힘을 쏟아야 하는 시기를 대비할 수도 있어요. 


정신없이 바쁠 때,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데드라인을 앞두고 있을 때 하고 있던 손을 잠깐 다리 위에 놓아봅니다. 잡고 있던 연필도 내려놓습니다. 물 한 잔도 좋고요, 따뜻한 햇살이 있는 곳에 가서 바깥을 봐도 조금은 여유로워지지 않을까요. 이런 휴식과 멍 때리기로 후회, 아쉬움의 감정을 덜 느끼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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