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겠다고 글을 쓴 지가 꽤 되었었다. 그동안 소위 NPC(논 플레이어 캐릭터)의 삶을 살았다.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플레이하기보다는 관찰자처럼, 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숏폼을 주로 봤고 갖고 있던 시집을 쭉 보면서 하루에 한편씩은 필사를 하기도 했다. 지나보니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크리에이터는 없었어서 허망했고, 김리윤 시인의 시를 새롭게 발견한 것은 좋았었다. 요즘에는 김리윤 시인의 시를 필사하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NPC의 삶을 사는 것 같다. 확실하게 할 것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이제는 시대의 이데올로기가 된 것 같다. 근사한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냥 사먹는편을 택하고, 신춘문예 정도의 글이 아니면 글을 쓰지 않고, 정석적인 자세가 안나오면 운동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하는 것 같다. 그냥 크리에이터가 만든 완벽하고 재미있는 영상을 보면 되니까.
나 역시 그냥 시대의 대다수의 사람이다. 아이와 있는 시간이 그냥 행복하고, 직장일하다가, 집안일하다가, 직장 급식 먹다가, 집에서 배달음식 시켜먹고, 런닝하다가, 배드민턴치다가, 쉴 틈이 있으면 숏폼을 보다가, 길게 쉴 틈이 있으면 시집을 보다가.
문득 '아 인생 뭐 이러냐. 예전에는 씩씩하게 살았던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불쑥
그래서 이제 그냥 거창한 준비 과정 없이 아침에 좀 일찍 바로 일어나고, 땀 좀 바로 내고, 글 좀 바로 쓰고, 음식 좀 바로 해먹고, 씩씩하게 뭐든 해보려고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브런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