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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배 Jul 22. 2019

인간의 시간

부리가 붉은 새, 2016.11.10.

" 삶의 의문이 삶보다 깊으면

  삶을 상하게 하지 "


백무산의 <인간의 시간>이란 시집 속에 실린, ‘붉은 웃음 하나’란 시의 한 구절이다.

20년 전 이 싯귀를 읽고 나는 이런 질문들을 했었다.


- 존재가 '부조리에 대한 싸움'이나 '사상'이나 '신념'보다 더 앞선다는 말일까?

- 나는 지금껏 어떻게 내 삶을 살아 왔을까?

- 내 삶보다 더 깊은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었을까?

  그래서 더러 내 삶을 상하게 한 적이 있었을까?


오늘 난 그의 시를 또 하나 읽었다. '부리가 붉은 새'란 시다. 참 마음에 든다. 소리 내서 읽어보고 싶다. <일 포스티노>란 영화의 우체부 마리오처럼 그렇게 읽어 볼까? 선술집 탁자에 앉아 시집에 눈을 붙박고 말없이 골똘히 생각에 잠기거나, 입으로 싯귀를 중얼거리면서 읽어가던 그 장면처럼 그렇게 읽어 볼까? ^^


부리가 붉은 새여,

하늘을 날 때와 둥지에 앉을 때

어느 때를 위해 사는가


꿈을 좇을 때와 생활에 충실할 때

어느 때를 위해 사는가

어느 때가 일상이며 어느 때가 꿈이냐


너도 수없이 부수고 꺾이었느냐

날개가 둥지를 부수고

둥지가 날개를 꺾어버리는 일을

너도 수없이 당했느냐


부리가 붉은 새여,

다리가 잘리고 날개만 있다면

날개 꺾이고 다리만 남는다면

하늘에 무서운 적이 있고 땅에도 덫이 있는데


마음에 비겁함이 도사리고 있는데

언제나 날고 언제나 둥지를 틀 수 있는

네 자유는 어떻게 얻은 것이냐

어디서 그런 자유를 물고 온 것이냐


내 하루의 하늘이 손바닥만한 창살인데

쇠창살에 앉아 날개 쉬는 부리가 붉은 새여 새여

역광을 받은 네 날개짓이 눈부시구나

얼마를 싸워서 이긴 자유이기에

부리가 그토록 붉고 붉은가
 
 - 백무산, < 부리가 붉은 새여 > 전문 -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싸워 이겨야 저런 자유를 가질 수 있을까?

언제나 날고, 언제나 둥지를 틀 수 있는 저 부러운 자유를 말이다.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 덧글 : 시란 무엇인가에 대해 마리오와 네루다가 주고 받던 멋진 대화 #          .

 

마리오 : 한가지만 더 여쭤보고 갈게요.

              어제 이런 시를 읽었어요.

              '이발사들의 냄새는 / 날 눈물짓고 울부짖게 한다.'
              이것도 은유인가요?


네루다 : 꼭 그렇지은 않아.


마리오 : 마지막 구절이 마음에 들었어요.             

              ' 인간으로 사는 것에 지친다. '          

              저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표현을 못했거든요.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왜 '이발사들의 냄새가 날 눈물짓고 울부짖게 한다'고 한 건가요?


네루다 :  마리오 내가 쓴 시구절은 다른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네.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시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것 뿐이야.    
                



마리오 : 친애하는 시인 동지시여.
               곤경에 빠진 것도 당신 책임이니 여기서 건져주셔야죠.

              제게 책을 주셨고, 우표에 쓰던 혓바닥을 다른 데 사용하도록 가르쳤으니
              사랑에 빠진 것도 선생님 책임이에요.

네루다 : 아닐세. 나는 아무 상관이 없다네.
              책을 준 적은 있지만, 내 시를 도용하라 한 적은 없네.
              마틸드를 위해 쓴 시를 베아트리체에게 주다니.
 
마리오 : 시는 쓴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 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것입니다.

          

                                                                                      ' 모든 것 그리고 언제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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